"아프고 흔들리는 청춘들아, 그대들은 아직 봄이고 새벽이다"

[ 아름다운세상 ] 한국장학재단의 인기 멘토, 이승한장로ㆍ엄정희권사 부부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3월 20일(화) 16:43
   

'청춘은 아프다. 청춘은 흔들리고 있다. 청춘에게는 불투명한 미래 뿐이다….' 언제나 푸르른 봄이어야 할 청춘(靑春)이 언제부터인가 시들어가고 있다. '청춘은 에너지가 넘친다. 청춘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도전하는 한 청춘이다….' 한편에선 잠든 청춘을 깨우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의 계절을 지내고 나면 어김없이 싱그런 봄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처럼.
 
한국장학재단 부부 멘토로 '청춘 멘토링'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이승한회장(홈플러스) 엄정희교수(서울사이버대)는 "도전은 청춘의 특권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난 1년간 부부는 8명의 대학생 멘티들과 동고동락했다. 대학도 전공도 각기 달랐던 멘티들은 부부 멘토를 만나 1년새 부쩍 가까운 사이가 됐다. 어느날인가 잠자리에 들며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멘티들이 진짜 우리 아들 딸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가족같은 분위기는 자연스레 멘티들간의 '동료 멘토링(Peer Mentoring)'으로 이어졌다. "형하고 누나들이 막내를 그렇게 살뜰히 챙겼었는데 우리 막내가 성장해서 군대에 갔다는거 아니에요." 어머니 역할을 맡은 엄정희교수의 말이다.
 
   
▲ 이승한장로 집무실에서 멘티들과함께한 부부(중앙).

사회 지도층 인사와 우수 대학생간 멘토링을 주선한 장학재단 입장에서는 진심을 다하는 부부 멘토의 등장이 반가운 일이었다. 지도자 멘토링 제도가 도입된 후 멘토링 과정과 노하우를 담은 책(청춘을 디자인하다/KOREA.COM)을 펴낸 것도 이들이 처음이다. 경영과 리더십, 교육과 상담 등 부부는 전공을 살려 멘토링을 위한 커리큘럼을 직접 구상하고, 월 1회 멘토와의 만남 외에도 무의도에서 그들만의 워크숍과 음악회를 갖는가 하면 홈플러스에서 주최하는 나눔 바자회에도 다같이 참여하며 차곡차곡 정을 쌓았다. 마지막 모임에서 부부 멘토는 조심스레 예수님 이야기를 꺼냈다. 멘티를 향한 최고의 사랑 표현이었다. 이미 새로운 멘티들과의 만남이 시작됐지만, 부부는 한국컴패션을 통해 함께 어린이들을 돕는 것으로 관계의 끈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대학원 진학 후 이제는 학부 후배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있는 이진욱씨(포항공대)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과 진학이라는 갈림길에서 갈등할 때 멘토링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재발견하고 내 인생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며 "받은 사랑을 전하는 것이 멘토님들에게 보답하는 길일 것"이라고 했다. 박선하멘티(KAIST)도 "꿈이 뿌옇게 보였는데 선명해졌다. 어느 땅에 어떤 목적으로 집을 지을지 막막했는데 이제는 설계도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 이승한장로ㆍ엄정희권사 부부는 1달에 한번씩의 만남 외에도, 그들만의 워크숍과 음악회를 가지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해 여름 무의도에서 멘티들과 함께.

이승한 엄정희 부부가 "도전하라"는 메시지에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남부럽지 않게, 평탄하게만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라면 설득력이 없겠지만 부부에게도 긴 시련의 계절이 있었다. 30살 총각과 26살 처녀로 만난 부부는 5년간 불임의 고통으로 첫번째 시련을 겪었다. 간절한 서원기도 끝에 하나님은 아들 성주를 선물로 주셨지만 부부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던 성주는 8세가 되던 해 홀연히 부부의 곁을 떠났다. 학교에서 체육수업을 받던 중 불의의 사고였다. 가슴앓이가 심했던 탓일까. 이듬해 엄 교수는 위암 선고를 받았다. 죽음이 삶보다 쉽게 느껴질만큼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녀에게 희망을 준건 "엄마를 살려달라"며 두손을 모은 어린 딸과 한결같은 헌신으로 보살펴준 남편, 가족이었다.
 
2년 전 지구촌교회 부활절 특별새벽기도회 때 이 회장은 'CEO의 고난과 역경'이란 주제로 메시지를 전하며 "돌아보니 시련은 나의 삶에 엄청난 축복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청년들을 만나서도 "역경 지수를 높이라"며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지금 몇 시쯤에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내 생각에 여러분의 시간은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새벽 5시입니다. 시대가 어렵다 해도 바람을 피하지 말고 꿈을 크게 가지세요. 도전할 때 역경이 올 수 있지만 그 또한 축복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이 회장은 신조어인 '삼포세대'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고용창출을 고민하면서도 청년 멘토링에 참여하며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실제적으로는 취업 문제인 것 같지만 청년들의 진짜 아픔은 꿈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난항이든 순항이든 꿈과 목표가 없다면 표류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부부 멘토는 멘티들과 토론 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은 꿈꿀 때'라는 결론을 얻었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여섯가지 실천법도 도출해냈다. 첫째 다독(多讀), 둘째 일기 쓰기, 셋째 명품 대화, 넷째 여행, 다섯째 봉사, 여섯째 진정한 사랑이다.
 
일곱 형제 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 어머니의 기도로 자란 이 회장은 가족들 사이에서 '꿈쟁이 요셉'으로 통한다. 살아있다면 올해로 34세 장성한 청년이 돼있을 아들을 마음에 품고 사는 엄 교수 역시 "청년들을 위한 비전 컨설턴트가 되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제 부부는 청년들의 꿈과 마주할때면, 그들 안에 하나님이 심어두신 재능을 발견할 때면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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