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밥 먹고 밥이 되어"

[ NGO칼럼 ] NGO칼럼

김혜경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12일(월) 14:27
필리핀 다일공동체는 2005년 마닐라 근교의 톤도 바세코에서 태동하였다. 아시아 최대의 쓰레기 매립지요 그 쓰레기 더미위에서 30만 명이 살고 있다는 빈민촌, 그곳에서 매일 8백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밥과 복음을 나누며 필리핀의 사역이 시작되었다.
 
현재는 마닐라의 남쪽에 위치한 까비떼주 GMA라는 동네에서 도시 빈민들을 섬기고 있는데, GMA라는 곳은 우리나라의 군 단위 정도의 지역이다. 이곳은 마르코스 정권 시절 수도 마닐라의 정화를 위해 홈리스와 빈민들을 모두 철거하여 강제로 정착시켰던 이주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우리 동네 사람들의 가난은 정말 눈물겹다.
 
전기와 수도가 없는 집들이 많고 특히 다일비전센터가 세워져 있는 '말리야'라는 동네는 최고 극빈지역으로 대부분 한두 평 정도의 움막 같은 집에서 7~8명의 가족들이 함께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천주교 국가라서 낙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지만 사실은 돈이 없어서 피임을 못하여 아이는 생기는 대로 자꾸만 낳는다. 그래서 필리핀은 골목골목마다 아이들로 넘쳐난다.
 
바로 이 아이들이 필리핀의 소망이요 미래라고 생각되어 다일공동체는 까비떼주 GMA에서도 가장 막다른 골짜기 빈민촌에다 다일비전센터를 짓고 매일의 밥퍼와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11월 19일 까비떼 다일비전센터가 봉헌된 후 우리 동네에는 아침마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 구령소리, 선생님을 따라하는 기도소리, 맑고 밝은 아이들의 희망찬 소리들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제 다일비전센터는 동네의 중심이요, 날마다 샘솟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생명넘치는 곳이 되었다. 다일유치원 건물 앞 17미터의 긴 계단은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웃고 즐기는 행복방앗간이 되었고, 밥퍼식당은 깔끔한 화장실과 시원한 마실 물이 있어 언제나 들어오고 싶고 쉬어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처음 이 동네를 찾았던 2년 전을 떠올려보며 새 일을 행하신 주님을 찬양한다. 그리고 감사를 올려 드린다. 어른이나 아이나 아무데서나 오줌을 누고,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던 동네. 먹을 것을 나눌라 치면 서로 먼저 먹으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며 찢고 싸우던 아이들. 영양실조로 인한 피부질환으로 온 몸이 부스럼투성이요, 진물이 줄줄 흐르던 그들에게 다가가서 기도하며 약을 바르고 매일 밥이 아닌 진지를 주께 하듯 올려 드린다.
 
2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 아이들은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신 예수님처럼 몸과 영혼이 훌쩍 커버린, 눈빛과 피부가 더욱 반짝이는 꿈나무들로 자라가고 있다.
 
이제는 줄을 서서 기다리며 제법 질서를 지킬 줄도 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양보하는 법도 점차 배워가고 있고,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을 줄도 안다. 아주 기특하게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용변은 화장실에서 가릴 줄도 안다. 사랑과 교육의 힘이요 밥과 복음의 능력이다. 할렐루야!
 
세계 최대의 부자와 극빈자가 함께 공존하는 나라. 1백여 가문의 귀족들이 정권과 부와 명예를 5백여 년간 대물림하고 있는 나라.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여전히 가난한 이 나라 필리핀! 이곳으로 우리를 보내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날마다 물으며 오늘도 복음으로 밥 지으러 힘차게 나간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이 담겨 있다. 이 땅에 밥으로 오셔서 우리의 밥이 되어 우리를 살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우리도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과 함께 날마다 이 진지기도를 따갈로그로 외치며 말씀과 밥을 퍼드리며 생명의 역사를 이어간다. 빵과 복음을 함께 퍼드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나눈다. 항상 지금 여기에서!

김혜경목사(필리핀다일공동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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