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 선 한 것이 없답니다

[ NGO칼럼 ] NGO칼럼

이명신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05일(월) 16:32

복지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린이 집에 다니는 A는 친구들을 괴롭힌다. 친구들의 물건을 빼앗는 것은 일쑤이고 성에 차지 않으면 친구들을 밀치고 때리기도 한다. 피해를 당한 아이는 어린이집이 떠나가도록 울고 선생님은 말썽장이 A를 크게 야단을 친다. A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선생님의 짜증도 늘어갔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씻지 않아 불쾌한 냄새를 풍기며 복지관에 점심식사를 하러 오신다. 그런데 꼭 두 세 차례 식사를 더 받으러 오신다. 그날따라 밥이 부족했는지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이 그만 좀 드시라고 역정을 냈다.
 
아무리 선하고 좋은 일이라도 매일 반복하다보면 일이 일 자체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쉽게 대상화되어 버리고,서로에게는 상처를 남긴다. 이 일후 복지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린아이로,초라한 노인네로 바라보면 거기에는 아무 감동이 없습니다. 일하는 즐거움도 변화도 없습니다. 어린아이 속에 그리고 연로한 어르신 속에 계시는 주님을 바라보면 그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화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 상대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통해 개인적으로나 단체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밥 피얼스(Bob Pierce) 목사님이다. 1940년대 중국선교사로 활동하다가 한국에서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전쟁고아들과 미망인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미국인 종군기자를 자처하고 사지로 들어왔다. 그리고 홀로 있는 시간에 "주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들로 저의 마음도 상하게 하소서(Let my heart be broken by the things that break the heart of God)"라는 기도를 드리며 그의 마음은 긍휼함으로 이미 주님의 마음과 하나로 연합되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열정과 헌신으로 무장된 30대 청년 밥 피얼스 목사님과 고 한경직 목사님의 영적인 지도력과 영향력이 결합되어 월드비전이라는 기관이 탄생하게 되었다. 현재 월드비전과 함께 세계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국제기아대책과 굿네이버스도 월드비전에 일하던 동역자들이 나가서 일구어낸 선한 결과이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화의 일환으로 NGO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고 이를 위해 화려한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쌓여진 결과는 자칫 우월감 내지 교만으로 분출되어 나를 망치고 사역을 망칠 수 있다. 특히 NGO사역은 가난한 나라,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힘과 위로가 아니라 오히려 아픔과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고 늘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 노력,내 열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 안에 선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주님의 선함과 긍휼하심이 내 안에 머물 때, 비로소 우리는 NGO사역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믿음이 NGO사역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명신/월드비전 해외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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