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소금과 빛 -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희망발전소'

[ 총회1백주년 ] 예수 그리스도의 치유와 화해의 복음 지닌 생명 에너지 공급

이홍정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3월 05일(월) 15:24
우리는 오늘 탈현대적 문명사적 전환기에 서서 총회 창립 1백주년을 맞고 있다. 베를린 장벽과 구 소련체제가 붕괴된 1989년이 20세기의 끝이었다면,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2011년은 서구 중심의 근현대 문명 5백년 역사가 지향한 무한성장과 확산의 임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와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에 기초한 서구문명은 지구생명공동체 전체를 과학기술지배,유전자 조작,핵분열과 방사능 오염,시장화,소비지상주의,자원전쟁,기후변화 등의 묵시적 존재 위기에 빠뜨린 채 종언을 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명사적 전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심층적 아노미 현상에 빠져있는 한국사회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한국교회의 영적 도덕적 현주소를 함께 본다. 오늘 한국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존재하며,치유와 화해의 복음이 지닌 생명에너지를 지구생명공동체에 순환시키는 하나님의 '희망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 교단은 지난 1백년의 역사 속에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희망발전소'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갱신해왔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에 복음전도를 통해 구원과 해방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였고,교육과 의료선교로 새로운 문명의 길을 열었으며,민족해방과 독립을 위한 순교적 순례의 길을 걸었다. 8.15 해방과 6.25 한국전쟁 전후에는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의 선교에 참여했고,냉전과 분단의 시기에는 민주화와 사회통합의 동력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삶의 현장을 선교의 현장으로 인식하고 복음화에 전력했다. 이 같은 선교적 순례의 여정이 확장되어 세계의 수많은 민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우리가 경험한 하나님의 구원과 은총을 증언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인간적 연약함과 무지함과 욕망으로 인해 한국교회가 하나님과 민족과 세계와 자연 앞에 범죄한 것들을 회개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제 우리는 지난 1백년의 신앙전통을 바탕으로 총회창립 1백주년을 자기성찰과 자기 비움의 역사적 계기로 삼아 교단의 대안적 성장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치유와 화해라는 교회의 복음사역의 본질을 회복하자. 지구생명공동체에 구원과 해방을 가져오는 생명살림은 예수 그리스도의 치유와 화해의 복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치유와 화해의 복음은 교회의 모든 사역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시금석이다. 과연 한국교회의 '성공과 성장'이 총체적 차원에서 치유와 화해의 관계를 증진시켰는지 재평가하고,치유와 화해의 복음의 본질 위에 교단의 다음 100년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 오늘의 선교적 상황을 치유와 화해의 복음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에 응답하기 위해,영적,사회적,생태적 차원을 통전하는 새로운 선교 과정을 수립하고,여기에 지역교회와 성도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지역교회와 성도들이 뿌리와 열매가 되는 교단 운영시스템을 만들자. 지역교회와 성도들 없이 총회도 노회도 없다. 지역교회와 성도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증대하고,그들의 삶과 사역에 치유와 화해의 복음이 지닌 구원과 해방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교단운영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교회와 성도들의 삶의 자리에서 제기되는 제반 필요에 응답하며 그들을 바르게 섬기기 위해서그들로부터 시작하고 다시 그들에게로 돌아가는 협의회적 의사결정과정과 실천을 중심으로 교단운영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셋째,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하나됨과 지속 가능한 지역교회 성장을 위하여 에큐메니칼 사역의 상생적 환경을 회복하자. 지역교회에 뿌리를 내려야 할 에큐메니칼운동이 기구중심운동으로 환원되고,기구는 교파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헤게모니 쟁탈의 장으로 변모한 채 정치적 윤리적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오늘,에큐메니칼 영성의 꽃인 자기 비움의 실천이 절실히 요청된다. 교회의 삶과 사역은 신학적 냉전의식을 넘어서 복음적이며 동시에 에큐메니칼적인 복음의 총체성 위에 세워져야 한다. 지역교회들이 협동의 법칙을 따라 상생하며,지역사회의 영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생태적 자본,즉 총체적 생명자본을 증진시키고,다음 세대들에게 신앙을 계승하기 위하여,지역교회협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에큐메니즘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넷째,세계적 차원에서 지역과 지역을 선교적으로 매개하고 소통하는 글로벌 총회를 만들자. 글로벌시대에 참여하는 한국교회의 인력개발을 위해 세계의 지역교회들과의 협력관계를 실제화하고 전문분야별 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세계적 차원에서 다자간 지역간 생명살림의 망을 짜기 위해 교육적 선교적 나눔을 실천하므로,지역적이며 동시에 지구적인 차원에서 치유와 화해의 복음에 대한 증거와 봉사와 일치의 사역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한국교회의 해외선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과정을 준비하자. 미국교회는 1930년에 해외선교 1백년에 대한 성찰을 위해 '선교 재고' 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다. 선교현지교회들의 공동의 증언과 일치를 저해하는 한국교회의 해외선교에 대한 모라토리움(집행유예) 비판이 일고 있다. 선교의 진정성은 그것이 현지교회의 공동의 증언과 일치를 도모하는가로 평가될 수 있다. 소유적이고 자기선전적인 선교방식에서 벗어나 선교에 대한 주권과 소유권을 하나님께 드리고,자기 비움과 상호의존성에 근거한 성육신적 선교적 존재양식을 체질화해야 한다.
 
여섯째,생태적 창조신앙을 실천하는 교회로 거듭나자. 오늘 한국교회는 생태적 회심을 통해 창조계약을 갱신하고 생명의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해야 한다. 인간과 분리될 수 없는 자연의 선한 이웃이 되기 위해 생태적 삶의 양식을 지향해야 한다. 생태심리적 관점에서 볼 때,자연과 더불어 치유와 화해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교회가 인간사회의 치유와 화해를 매개하기 어렵다. 자연 없이 인간이, 자연과 인간 없이 교회가 존재할 수 없고,자연을 사랑하지 않는 교회가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어렵다.
 
   
교단의 총회와 노회는 지속적인 자기 비움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증언과 봉사와 일치를 위한 시공을 연 출할 때 비로소 그 존재가치가 있다. 교단의 총회와 노회가 '힘을 사랑하는 소수'가 아니라,작고 약하지 만 '사랑하는 힘을 가진 다수'가 참여하며,예수 그리스도의 치유와 화해의 복음이 지닌 생명에너지를 순환하는 '생명의 망' 시스템으로 변화될 때,한국교회는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희망발전소'로 갱신될 수 있다. 새로운 1백년,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과 교회의 희망인 것을 은총 가운데 고백하며 살아가자!
 
이홍정목사(한일장신대ㆍ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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