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섬김] 자살, 정죄보다는 아픔과 고통을 보듬고 위로하는 것이 먼저

[ 교계 ]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주제로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위로예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2월 28일(화) 18:21
'자살'이라는 문제를 교회가 다루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자살은 하나님 주신 생명을 스스로 끊는 비기독교적 행위라는 인식이 강해 교회가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잘못 다룰 경우 교회 내 분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유가족들 또한 이러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꺼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험이 없는 젊은 목사들은 선배 목회자들이나 신학교 은사들에게 자살자를 위한 장례 예배를 집례해도 괜찮은지 물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기독교는 자살을 중한 죄악으로 여기면서 그 예방과 처리를 위해 꾸준히 대응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교리탓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회 내에서 자살 문제에 대한 신학적 논쟁이 아직도 팽팽하고,일선의 목회자들은 성도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정작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위로조차 받지 못한 채 교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자살자 한명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평균 6∼8명. 2009년 통계로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42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족 혹은 지인의 자살로 고통받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심각성을 파악한 사람들은 이제 자살유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을 위한 사역을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계의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대책이나 사역이 거의 전무한 가운데 지난 16일 열린 자살자 유가족 위로 예배는 그 첫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이동원),크리스천라이프센터(이사장:이문희),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는 지난 16일 저녁 서울 아현감리교회에서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위로예배'를 열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를 주제표어로 진행된 이날 예배에는 약 40여 명의 자살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그동안 가슴을 옭아매던 슬픔을 하나님 앞에 토해내고 말씀과 설교,찬양,예배의식 안에서 위로를 체험했다.
 
특히 이날 위로예배는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기독교 예전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초대교회의 예전에 따라 진행된 이날 예배에서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성경구절의 낭독과 찬송이 진행됐다. 설교를 담당한 조경열목사는 말씀 선포 내내 유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와 교리에 앞서 모든 아픔을 감싸안으시는 하나님에 대해 강조했다.
 
조 목사는 "누구든지 세상을 떠나면 상주를 위로하고 함께 슬퍼하는 것이 당연한데 한국교회는 자살자 유가족들에 대해 그동안 규율과 제약 때문에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기보다는 자살을 죄악으로 인식해 종교적 판단으로 책망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며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한다"며 "예수님은 죄인을 앞에 두고도 정죄하지 않으시고 심판보다는 용서하고 품어주시는 분이신데 우리가 과연 예수님처럼 슬픔 당한 사람을 넉넉하게 위로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조 목사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자살자와 그 유가족들에게 대해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규율로 정죄하기보다는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위로예배를 공동기획한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조성돈교수(실천신대)는 "자살의 문제,자살자 유가족들의 문제를 한국교회는 더이상 교리의 틀에 갇혀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아픔과 고통으로 힘든 이들을 위해 교회가 이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기보다는 보듬고 위로하는 것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예배를 공동 주관한 기윤실,목회사회학연구소,크리스천라이프센터는 자살과 관련해 한국교회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사역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크리스천라이프센터와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근시일 내에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협력운영할 계획이다. 이 센터에서는 자살 예방 상담과 유가족 치유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은 물론 유가족 모임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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