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개발 효과성'이 유목민 J의 삶에 도움이 되길 염원하며

[ NGO칼럼 ]

조현주사무총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2월 28일(화) 18:19

지난해 말에 개최된 세계고위급 회의였던 부산개발원조총회를 기점으로 개도국을 지원하는 국내의 개발 원조 사업 관련 단체들안에 활발한 의제중의 하나는 '개발효과성'이다. 개발효과성 논의의 초점은 원조와 개발 활동이 개도국(파트너국가)에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따지는 데 있다. 본래부터 원조의 목적이 개발 활동을 통해 개도국 주민의 생활형편이 나아지는데 있다고 보면 개발효과성이란 말은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겠다. 그러나 지나온 세월 동안 -어쩌면 21세기 내내- 원조 대비 개발의 성과가 미흡하였고 개발의 효과보다는 다른 방향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는 자성이 목소리가 이러한 의제를 촉진시켰다고 여겨진다.
 
그 동안은 원조와 개발의 궁극적 대상이었던 사람들의 변화를 주목하기 보다는 원조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더 많은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도 했다. 즉 개도국의 정부나 기관 그리고 주민들의 상황은 원조의 과정이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관리 되고 중복적으로 집행되지 않도록 하는데, 그리고 원조를 하는 사람들끼리 어떻게 하면 원조를 효과적으로 잘 집행할 수 있을까라는 '원조효과성'에 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기에 개발효과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는 개발원조가 개도국의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에게 미치는 효과에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반성으로 개발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좀 더 진전된 발전이라 여긴다. 예상컨대 앞으로 당분간(몇 년 혹은 몇 십 년)은 원조 관련 사업에 있어서 개발효과성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 사업의 방법과 방향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개발 효과성을 이야기 하면서 마음에 몽골 초원에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 가장인 J가 생각났다. J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은 몽골의 수도인 울란타타르에서 북동쪽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 반가량 떨어져 있는 자르갈란트라는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 5천5백여 명의 대다수가 제주도 절반만한 지역에 분포해서 가축을 먹이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중에는 가축 없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주민도 1백여 가정정도 된다. J는 27세 여성으로 이웃집의 가축일도 거들고 허드렛일도 하면서 취학 전인 세 명의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마을에서 가장 극빈한 가정 중에 한 사람이다. J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3년 한국의 구제단체로부터 혹한기인 겨울철마다 밀가루를 나눠주는 지원 사업에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부터였다. 이후로 대략 5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밀가루나 의복, 식료품 지원사업의 대상자에 꼭 포함되었다. 아울러 지역에 생겨난 교회 모임을 통해 간간히 지원하는 학용품이나 생활 물품 지원이 있을 때마다 지역교회와의 접촉도 늘어났다. 가끔씩 주일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교회에서 배포한 성경책을 읽기도 하면서 교회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만나는 사이지만 개인적인 마음에는 이 집의 살림이 나아지고 좀 더 근본적으로 소득의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염원만 있었다. 몽골을 떠나고 나니 글을 쓰면서 J와 같은 마을 사람들이 아련히 생각나고 더 많은 접촉을 하지 못한 후회가 한쪽에 남아 있다.
 
몽골의 자르갈란트 마을에 살아가고 있는 J, 개도국의 어느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는 더 많은 J의 생활에 변화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의 삶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는 실제적이고 유용한 '개발효과성' 논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현주사무총장 / 지구촌나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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