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水石)은 내게 믿을 수 있는 친구, 늘 변함없는 친구"

[ 문화 ] 來 30일까지 문학의집ㆍ서울서 박이도시인의 '수석과 시의 풍경'展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2월 28일(화) 17:24
청록파 시인 박두진(朴斗鎭)은 시집 '수석열전'을 통해 수석은 "자연의 정수이자 핵심"이라고 자신의 시 정신과 일치하는 수석의 의미를 표현했다. 박두진시인은 자신이 체험한 것들 중에 돌을 가장 견고한 물질로 봤다.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낸 것에 대한 일종의 찬사다.
 
   

문인들 중에서는 수석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박두진시인에게서 수석 채집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박이도시인의 '수석과 시의 풍경'展이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3월 30일까지 문학의집ㆍ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목숨 수를 쓰는 수석(壽石)과 수석(水石)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주로 남한강가에서 수석 채집을 하셨어요. 새벽 충주행 버스를 타고 가면 점심 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다들 수석 탐석에 열중했었던 기억이 나요. 수석을 발견했을 때 그 짜릿함이란!" 물에 젖은 돌의 제 빛깔이 살아나는 순간 마치 돌밭이 꽃밭인처럼 황홀함을 느꼈다니 시인의 대단한 수석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1974년 당시 35세이던 박이도시인은 박두진선생의 자택에서 처음 수석을 접했다. 스승을 따라 7∼8년간 채집에 몰두한 결과 꽤 많은 수석들을 모았고 이후로는 돌을 벗삼아 남몰래 취미생활로 즐겨오다가 이렇게 특별한 전시회를 선보이게 됐다. 이번 전시회는 50여 점의 수석 뿐만 아니라 문인,화가,서예가 등 20여 명의 동료 및 선후배가 참여하면서 더욱 풍성하게 꾸며졌다.
 
50년 이상을 시인으로 살아온 그는 수석과 클래식 감상이 유일한 취미라고 했다. 도대체 이 돌들에 어떠한 매력이 숨겨져있는 것일까. "친구로 치자면 믿을 수 있는,표리부동하지 않고 늘 변함이 없는 친구에요. 인생이라는 것이,사람들의 마음이 마치 구름처럼 시시때때로 바뀌잖아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돌이 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 수긍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끄덕거릴 즈음 또다른 수석찬가가 이어졌다. "문학적 상상력이란 무궁무진하잖아요. 무생물이지만 돌을 통해 수백년을 거슬러올라가 대화하다보면 침묵으로 세월의 풍랑을 겪어왔음을 웅변하는 것만 같아요. 천지창조의 신비와 세월의 비밀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첫째,질감(質感) 둘째,형상(形象) 셋째,색채(色彩) 넷째,무흠(無欠). 박이도시인이 소개하는 수석 감상의 네가지 조건이다. "질감이 좋은 것은 손으로 두드려보면 쇠철과 같은 소리가 난다. 잡석과는 분명히 구별이 된다"고 덧붙여 설명한 그는 "항상 불안에 쫓기면서 사람들의 의식 자체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수석을 통해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회장에는 얼굴,벽화,달그림자,뭉크의 절규 등 분명한 형상을 지닌 돌들 외에도 '추상 A,B,C…' 등 이름없는 수석들이 더 많았다. 대부분 처음에는 구체적인 모습을 지닌 구상석(具象石)에 관심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돌의 질감 자체에 빠져드는 추상석(抽象石)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는 설명. 남은 인생 그가 펼쳐갈 시(詩)의 세계도 추상석과 같다.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는 폴 고갱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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