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의문의 죽음 당한 모스크바 유학생, 진실 찾아 헤맨 엄마의 기록

[ Book ] 영문교회 김정순집사 '모스크바 비둘기' 펴내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2월 21일(화) 16:43
   

지난 2007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모스크바 유학생의 이야기가 어머니의 기록을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얼마전 출간된 '모스크바 비둘기(좋은땅 펴냄)'의 저자는 한번도 책을 써본 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다. 5년 전 이맘때쯤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막내 딸 성희(당시 22세)를 잃은 어머니는 불가피한 이유에서 이 책을 썼다. 제대로된 사망 원인 조차 규명되지 않은채 먼 이국 땅에서 비참하게 목숨을 잃은 딸을 아직 잊지 못한 까닭이다. 당시 온몸에 멍이 들고 코뼈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누군가에 의한 반복적인 폭행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경찰은 돌연 '심근부전증'으로 사인을 발표했던 바 있다.
 
"죽은 사람의 인권은 없는 것인가요?" 지난 20일 이성희 양이 나고 자란 영문교회에서 만난 저자 김정순집사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1년간의 집필을 마치고 책이 출간된 후 목차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그는 "책을 쓰면서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 내 짐을 이 책에 맡겨버린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러차례 비워내도 다 비워지지 않는 것이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2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도중 그는 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여러 차례 눈물을 쏟았다. 오는 3월 9일이면 딸의 5주기를 맞는 어머니는 '죽은 자식은 천재고 놓친 고기는 월척'이라는 옛말을 꺼내가며 신나게 딸 자랑을 했다. "그 애가 정말로 예뻤어요. 믿음도 굉장히 좋아서 지금 살아있다면 이 교회를 위해서 많은 일을 했을거에요…."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쓰여진 이 책은 마치 영화같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런데 장르로 치자면 공포 또는 스릴러물에 가깝다. 친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사건의 재구성'에 따르면 고인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룸메이트,이성희 양이 죽기 일주일 전 성경책을 건넸다는 그 친구가 범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만 듣는다면 용서할 마음의 준비는 돼있어요. 하지만 가해자의 남은 인생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묻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정말로 계십니까?! 내 딸을 데려가신다 해도 꼭 이렇게 고통스러운 방법이어야 했습니까.' 지난 2002년부터 한동안 교회를 떠나있었다는 부모는 사건 이후 딸의 기도대로 신앙을 회복하게 됐지만 5년간 수차례 이 질문과 싸워야했다. 답은 '비둘기'라고 불렸던 딸의 애칭에서 찾았다. 딸의 죽음 이후 이주노동자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김 집사는 곧 러시아어를 배울 계획이라고 했다. 어서 속히 아픔을 딛고 일어서 평화의 날개짓을 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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