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그냥 할아버지', 작은자 운동의 살아있는 역사

[ 교계 ] 노무라 모토유키목사 도시빈민선교 현장 담긴 사진 3천여 점 기증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2월 21일(화) 13:53
"하지메마시떼." "반갑습니다."
 
   

지난 14일 여전도회관 8층 회의실.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온 노신사를 맞이하는 김희원 사무처장의 일본식 인사에 노무라 모토유키(81세,베다니교회)목사가 친숙한 한국어로 답했다. 故 황화자총무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1970∼80년대 도시빈민선교 현장이 담긴 사진 자료 3천여 점을 여전도회작은자복지재단(이사장:홍기숙)에 기증한 데 이어 작은자복지재단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직접 찾아온 것. 몇해 전 '작은자 음악회'에서 플룻 연주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그가 직접 여전도회 회관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사죄의 연주로 매스컴을 타기도 한 노무라목사는 "나… 그냥 보통 할아버지"라며 연신 쑥스러워했다. 그것도 잠시 노무라목사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주도했다.
 
   
노무라목사는 오늘의 '작은자운동'을 있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독일교회(독일의 선교기관인 KNH)의 원조를 받는 데 가교 역할을 하면서 1994년까지 많은 어린이들이 작은자운동을 통해 후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 1974년부터 서울 청계천을 중심으로 빈민선교를 펼친 노무라목사는 당시 활빈교회 어린이 사역을 통해 황화자총무와의 우정을 쌓았다. 황 총무가 세상을 떠난 뒤 단절되다시피 한 여전도회와의 관계가 실무자인 이승재국장의 노력으로 연결되면서 이날 반가운 이야기가 오고갈 수 있었던 것. 여전도회 관계자들은 노무라목사의 건강을 염려하는 한편 '언제 플룻을 배웠는지' '어떻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등 궁금증을 털어놓았고 웃음으로 말을 잇던 그는 고인에 대한 기억을 묻는 질문에 "좋은 친구였다"라며 금새 눈시울을 붉혔다.
 
아마추어 사진가로 당시 빈민선교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낸 노무라목사의 사진은 '작은자운동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이승재 사무국장은 "이분이 없었더라면 작은자운동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1993년 병합 이후의 역사 자료는 풍부하지만 그 이전 자료는 취약한 상태다. 초기 작은자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작 당사자인 노무라목사는 사진을 기증하게 된 이유를 묻자 "혹 돈을 주실까 해서"라며 유머로 답하고는 "지금처럼만 '작은자운동'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사진촬영을 마친 노무라목사가 한마디 말로 좌중을 즐거운 웃음에 빠뜨렸다. "로우즈. 여기 로즈(Rose)가 많아요."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