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루왁

[ 데스크창 ] 데스크창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2월 20일(월) 13:27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가리키는데,버킷은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비롯된 말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찼는데,이로부터 '킥 더 버킷'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이죠.
 
영화는 죽음을 앞에 둔 영화 속 두 주인공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한 병실을 쓰게 되면서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병실을 뛰쳐나가 이를 하나씩 실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코피루왁(Kopi Luwak) 맛보기'였습니다. 잭 니콜슨이 자신이 즐겨 마시던 커피,세계 최고의 맛이라는 코피루왁이 사향고양이 배설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눈물 나도록 웃다가 배꼽이 빠질뻔 했던 그 커피. 사실 코피루왁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유명합니다. 커피 제조 공정이 별로 달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희귀성 때문에 그 커피는 유명세를 타고 고가에 팔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피루왁(Kopi Luwak)은 본래 인도네시아어입니다. 'Kopi'라는 단어는 인도네시아어로 '커피','Luwak’은 '사향고양이'를 뜻합니다. 사향고양이는 잡식성 동물입니다. 고기와 야채를 가리지 않고 먹는대신 간식은 달콤한 커피 체리를 먹습니다. 보통 사향고양이가 섭취한 커피 체리는 껍질과 과육은 소화되고,속껍질과 얇은 막으로 쌓인 씨앗이 분비물과 함께 배출됩니니다. 커피씨앗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 용해된 상태에서 배설하게 되죠. 그런 과정에서 커피의 맛과 향이 숙성돼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요즘 직장인들이 아침 출근 길에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요즘처럼 커피 전문점이 많은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과 기독공보가 있는 기독교연합회관 주변에만 30여개가 넘는 커피 숍이 있습니다. 불가사의한 것은 샐러리맨들의 점심 값과 맞먹는 커피 값도 값이려니와 그 많은 커피숍이 다 잘되고 있다는 것이죠.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이란 책에서 일본 메이지대학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커피는 잠들지 않는 근대의 원동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세계 무역시장에서 석유 다음으로 거래가 활발한 품목이 커피입니다. 커피는 작황 상황에 따라 가격의 폭락과 폭등이 심한 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빈민국인 커피 재배 농가는 선진국의 커피 확보를 위한 원조 또는 투자라는 명목하에 불평등한 종속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 구조에 대하여 유럽에서는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여 적정한 수익을 농가에 돌려주자는 '착한 소비'가 시작되었는데 이를 공정무역 커피라고 부릅니다. 공정무역 커피는 아동의 노동력 착취를 반대하며,저질종의 재배를 지양하고,생태계 보전을 고려한 유기농 커피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만 하면 죽기 전에 맛보아야 할만큼 희귀한 코피루왁보다 공정무역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가 분명하지 않을까요?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