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눈 잃어도, 신앙의 유산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멈추지 못해"

[ 문화 ] 來8일 예술의 전당서 '오페라 손양원' 무대에 올리는 박재훈목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2월 14일(화) 14:25
   

"금방 다가올거야. 3월 8일…."
 
오는 3월 8∼11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손양원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박재훈목사를 지난 10일 만났다. 공연날이 다가올수록 이어지는 연출자의 요청에 방금 전까지도 음표들과 씨름을 하던 중이었는지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어서 돌아오오' 등 찬송가는 물론 '산골짝의 다람쥐' '시냇물은 졸졸졸' 등 국민 동요를 지은 베테랑 작곡가에게도 이번 작품은 쉽지않은 작업이었던가보다. "머리는 살아있는 것 같은데 육신은 다 늙었어. 지금 90이야. 안돼."
 
지난 2004년 애양원을 방문한 박 목사는 성자로만 알고 있었던 손양원목사를 새롭게 만났다. 고름이 난 환자의 발을 빨아주고 있는 그림 앞에서 전율을 느낀 그는 즉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때는 병원도 드물었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았을건데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분이 나왔나 싶어 하나님께 감사드렸어요. 그리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 생각해보니 작곡 밖에 없더라구요."
 
그렇게 시작된 '오페라 손양원' 작업은 좀처럼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40여 년전 자신의 첫 오페라 '에스더'의 대본을 써준 김희보목사가 떠올라 팩스를 보냈고 바로 답장이 왔다. 그렇게 힘을 얻어 혼신을 다해 오페라 손양원을 쓰는 동안 박 목사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지난 2007년 두차례의 갑상선암 수술 이후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신앙의 유산을 예술로 승화시켜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때문이었다. 하루는 이 일이 명령같이 느껴져 "하나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해보겠습니다. 제 모든 건강을 맡깁니다"라고 기도했다. "근데 아직 건강하잖아요. 내가 한게 아니지 그분이 하시는거지…."
 
보통 '오페라 OOO'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아리아'가 있기 마련이다. 총 2막으로 구성된 오페라 손양원의 아리아 중 작곡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목은 어디일까. "덮어주고 감싸주는 주님 사랑 알 수 없네." 악보집을 꺼내든 박 목사가 단번에 펼친 곳은 두 오빠를 잃은 손양원목사의 딸 동희의 고백이었다. "아들 둘이 죽었을때 손 목사님은 여수에서 집회를 하고 계셨어요. 목사님이 '동희야 너 빨리 가서 니 오빠 죽인 녀석 경찰에서 빼내라 안그러면 죽는다'고 하니까 50리 거리의 순천으로 달려가서는 '우리 아버지가 하나님 말씀이 원수를 사랑하라 그랬다고 죽이지 말랬어요'하고 울먹이며 부르는 거에요." 그때의 상황을 눈으로 본듯 극적으로 묘사하던 박 목사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용서와 사랑'이다. 용서란 큰 기쁨이 아닌가"라고 했다.
 
오페라 손양원의 마지막은 전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으로 꾸며진다. 1절은 합창단만 부르고 2절부터는 다함께 일어서서 부르는 노래,"한 알의 밀로 죽어 주의 나라 이루리 소망의 밭 일구며 죽도록 충성하리"라는 다짐에 이어 역시 박 목사가 작곡한 익숙한 곡조의 찬송(∼믿는 자여 어이할꼬)을 한 목소리로 부르며 막을 내린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후대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기억이고 자시고 할게 없지, 한 스테이지로 지나가는 사람이니까. 이것(작품)들이 말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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