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없는 시대

[ 데스크창 ] 데스크창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2월 14일(화) 09:28
바야흐로 졸업 시즌입니다.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 '구글'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미스터 디지털'이라 불리우는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빌 게이츠,스티브 잡스와 함께 오늘날의 디지털 혁명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가 펜실베이니아 대학 졸업식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한 연설 중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컴퓨터를 끄고,휴대폰을 내려 놓으면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 좀 더 머물러서 여러분들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먼저 찾도록 하십시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혁명을 주도한 주인공이 정작 이제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는 서둘러 디지털 시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한 것입니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일까요? 현대 문명의 형성과 발전에 디지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음을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에릭 슈미트는 '창조란 결코 디지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창조란 아날로그적인 문화가 바탕이 되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라 강조합니다.
 
시편과 아가서를 읽어보면 그 속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표현들이 극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구 문학의 바탕이 성경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성경을 비롯하여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등 대 문호의 책 속에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보석처럼 숨겨져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조화와 결합을 뜻하는 '디지로그(digilog)'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디지털 혁명에서 파생된 고도의 영상문화와 감성문화가 지나치게 상업주의와 결탁하다보니 감각 위주의 문화가 득세하여 인간을 말초적이고 황폐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는 이 시대를 '3S와 3F가 주도하는 시대'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스포츠(Sports),섹스(Sex),스크린(Screen)의 3S와 여성성(Female),감성(Feeling),가상(Fiction)의 3F가 21세기를 주도한다는 것이죠. 결국 그의 진단처럼 3S와 3F처럼 감성과 감각만이 우선시되는,이른바 보고 느끼면 그만인 문화가 대중문화의 주류로 등극함에 따라 오늘날 젊은이들은 더 이상 사고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육도 창조적인 부분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그저 입시와 취업을 위해 '수헬리베붕탄질산…' '아베체데…' '태정태세문단세…'와 같은 지식 전달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식만 있고 지혜는 없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독서문화도 완전히 실종돼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신문이나 잡지조차도 멀리합니다. 독서와 사색 없이는 사고력이 생길 수 없습니다. 지식에 정신이 담길 때 지혜가 되고,기술에 정신이 담겨야 예술이 됩니다.
 
조금 불편하고 더디더라도 아날로그적으로 생각하고 붕어빵 찍어내듯 천편일률적이지 않은,하나 하나 손으로 빚은 송편처럼 투박하더라도 창조적인 자기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젊은이들이 사회에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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