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는 하나님도 남자보다 여자를 쓰신다"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 이연옥명예회장의 향유 가득한 옥합

이연옥명예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2월 13일(월) 15:32
어느 날 우리 집에 강도가 들이닥친 적이 있었다. 1945년 11월 하순 초 겨울 추위가 몰아쳐 오던 날로 기억되는데 한밤 중에 강도 6명이 우리 집 사랑채로 쑥 들어왔다. 동생들은 학교에 가고 없었고 할머니도 집에 계시지 않았다. 집 안에는 아버지, 어머니, 나 그리고 일꾼 세 사람 뿐이었다. 평소에 건어물 도매업을 하면서 많은 현금이 우리 집으로 들락날락하니까 강도들이 그것을 노리고 미리 두어 번 답사해 두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마침 이틀 전에 아버지가 갖고 있던 현금을 모두 건어물 구매에 사용하셨다. 그래서 온 집 안이 말린 생선으로 그득했다. 이 상황에서 집 안에 들어선 강도들은 우리 가족과 일꾼들을 한 사람씩 잡아 바닥에 꿇렸다. 강도들이 각각 칼을 부모님의 가슴에 들이대며 돈을 요구했는데,아버지는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그저 덜덜덜 떨기만 하셨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리 대담하셨다. 당신의 목에 칼을 겨눈채 강도가 생명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아버지를 가리키며 "저 어른의 목에서 칼을 떼라. 저 어른은 사업하고 다니시느라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알지 못한다. 돈 있는 곳은 내가 안다"고 하셨다. 그러자 강도들이 칼을 거두었고,어머니를 더욱 거칠게 채근했다. 어머니가 금고있는 곳을 알려줬고 "최근에 물건 구입하느라 현금을 다 써서 금고에 돈이 별로 없다. 다 가져가라"고 했다. 강도들이 금고에 있던 돈을 다 털었고 집안을 샅샅이 뒤져서 귀중품을 주워 담아 사라졌다. 그 다음 날,소식을 들은 친척들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고 이웃들도 찾아와 위로했다. 이 사건이 오늘까지 오래 기억되는 까닭은 어머니의 담력 때문이다. 담력이 어지간히 센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만큼 담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이후로 종종 나는 우스갯 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저 어려울 때에는 하나님도 남자보다 여자를 쓰신다."
 
내가 자란 연봉리에서 약 15리 떨어진 곳에 겸이포라는 제법 큰 도시가 있었다. 거기에는 제련소가 있었고 나는 그 도시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그 도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대동리에 교회가 있었고 우리 마을에서 거기까지는 약 10리 조금 더 되었는데 내 친구가 나를 그 교회로 인도했다. 그 친구의 이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친구의 아버지가 장로님인 것은 또렷이 기억난다.
 
성탄절이 되면 교회가 선물을 나눠주곤 했다. 내가 사는 마을에는 교회가 없었다. 본래 초가집으로 지은 아담한 예배당이 마을에 있었고 또 교인도 40명 정도 되었다는데 동네 사람들이 예수쟁이들을 내쫏아 버려서 그 교회가 없어졌다고 들었다. "양코백이의 종교가 들어와서 나라가 망하고 동네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일어났다"는 이유로 기독교를 '몹쓸 종교'로 간주해 동네 바깥으로 쫓아낸 것이다. 내가 교회 다니는 것을 아버지는 적극 응원은 안하셨어도 허락은 해 주셨다. 그러면서 "거기 가면 연보도 한다던데, 넌 적게 하지 마라. 돈 많이 줄테니까 누가 연보를 제일 많이 하든지 그 사람보다 더 많이 해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러나 어머니와 할머니는 교회 다니는 걸 결사 반대했다. 난 눈치를 보며 드문드문 교회에 다녔다. 더욱이 집에서 교회 가는 길이 상당히 멀어 여름에 장마가 오거나 겨울에 큰 눈이라도 내리면 출석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교회에 대한 호기심은 자꾸 커져갔다. 몇 년이 지나갔다. 대동리교회 교인이 1백여 명 정도 되었는데 그 교회의 '여전도회'를 알게 되었다. 어른 회원들이 있었고 희한하게도 나이 어린 여자 아이들도 회원이었다. 나도 거기에 회원으로 들었다. 그런데 여전도회가 나더러 교회에 올 때마다 성미를 들고 오라는 것이었다. "성미? 그것이 뭔데?" 그러자 어떤 아이가 조그마한 주머니를 보여 주면서 쌀을 담아오라는 것이었다. 또 물었다. "성미 갖고 뭐하는데?" "목사님 대접하지" 이런 대화 끝에 나는 교회에 성미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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