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다일공동체에 퍼진 '나눔 바이러스'

[ NGO칼럼 ] NGO칼럼

김형길목사
2012년 02월 13일(월) 14:39

캄보디아 다일공동체에는 오는 순간 누구에게나 감염되는 특이한 바이러스가 하나 있다. 증세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더 즐거워지고,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나눔 바이러스'로,대표적인 증상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시도때도없이 아름다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면 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어꾼 쁘레야 예수"하고 인사하며 밥을 받아가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볼 때,또 신나는 음악소리에 맞춰 귀엽게 춤을 추는 워십댄스반 아이들과 피아노 선율에 고운 목소리를 더하는 중창단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트럭이 고장 나도,비가 많이 와서 도로가 엉망이 되어도 매일 아침 부지런히 센터로 간다. 어디 그뿐인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무더운 날씨에 몇 백인분의 밥과 반찬을 하면서도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는 법이 없다. 맛있게 먹어줄 아이들 생각에 더위나 피곤함쯤은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되려 파를 썰다 눈물이 나도 그런 서로를 보며 한바탕 웃어넘기고는 한다. 무엇보다 눈만 마주쳐도 싱긋 웃음부터 보이는 이 곳 사람들 덕분에,캄보디아 다일공동체는 대표적인 빈민촌지역이지만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다음으로,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아주 강해 다른 사람들에게로 쉽게 전염이 된다. 한국에서 오신 봉사자분들도 처음에는 잠시 어색해 하다가도,한 사람이 밥을 퍼면 다른 사람은 수저를 놓고,누군가는 어린아이의 식판을 들어주거나 밥을 먹여주는 등 각자의 역할을 열심히 해주시는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부모님을 따라 온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하겠다며 고사리같은 손으로 도와 주는게 어찌나 예쁜지 모른다. 또 일손이 부족하다 싶은 날이면 캄보디아 아이들도 나서서 설거지와 뒷정리를 도와주기도 하고,클리닉에서는 흰 가운을 갖춰 입은 현지의 꼬마 봉사자들이 선생님을 도와 봉사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나눔 바이러스는 나이도,국경도,언어도 초월하여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고 있고,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전해지는 사랑도 더욱 커지는 중이다. 지난 일년 동안 부탁한 일도 아니고, 누가 시킨 일이 아니건만 캄보디아 관광을 왔던 한인 24만명 중에 삼분의 일인 8만이 잠시라도 머물고,다녀가셨다는 것은 참으로 너무 놀라운 일인데 이 '나눔 바이러스'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이고도 중요한 증상은 누구나 나누면 바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다일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큰 원천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나눔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는,그 나눔을 통해 더 행복해진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밥퍼의 점심 한 끼와 빵퍼의 빵 하나로 때로는 끼니 걱정을 덜 수 있고,클리닉에서는 아픈 곳을 치료하며,나무배 조선소의 배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센터에서 노래와 춤, 영어와 태권도를 배우며 센터 옆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과,다일수상유치원에 다닐 수 있게 된 수상 빈민촌 어린 아이들까지.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음에 오히려 더 감사하게 된다.
 
이 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무언가 주기 위해 갔지만 결국 더 많은 것을 받고 돌아간다고. 이것이야말로 나눔이 가진 가장 위대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도 많은 사역자들이 밥을 짓고,빵을 만들고,또는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치고 태권도와 탁구교실과 방과후 교실까지 참으로 여러 가지 사역을 통해 가르치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그 마음들을 나누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의 뜻이다.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캄보디아 다일공동체의 나눔 바이러스가,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전해지길 소망해 본다.

김형길목사 / 캄보디아다일공동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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