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이냐? 타협이냐?

[ 논단 ] 주간논단

고시영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2월 06일(월) 15:06
장기 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목사들과 장로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일치되는 부분들도 많았다. 금권선거 극복,신학대학교 교육과정 개혁,총회 구조조정,목회권 보장,목사ㆍ장로 신임 투표제도 도입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서로 견해가 다른 것들도 많았다. 모두 녹록지 않은 제안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공동체에는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갈등과 분쟁이 생기고,심지어는 분열과 파당이 생기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이런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서로 타협하는 것이다. 그런데, 타협을 하는 데는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공동체가 사는 길을 서로 택해야 한다. 공동체를 죽이는 타협은 가장 어리석은 타협이다. 둘째는 시대의 흐름에 적합해야 한다. 모든 공동체는 시대 상황의 산물이고,시대 상황에 적합해야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가 있다. 시대에 너무 앞서도 안 되고,시대에 뒤 떨어져서는 더욱 안 된다. 조금 시대에 앞서면서도 그 시대에 적합하도록 타협해야 한다. 셋째는 공존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만을 위한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넷째,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또는 주어진 문제를 외면하면서 타협을 하면 더 나쁜 결과를 가져 온다. 마지막으로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절박해야 서로 타협하려고 하는 존재이다.
 
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이 다섯 가지가 전제 되지 않으면 개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금권선거,신학대학교 개혁,총회 구조조정,목회권 보장,목사와 장로의 ,등등은 해결할 수가 없고,오히려 더 심한 갈등과 분쟁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하면 교단의 위기는 심화되고,결국 몰락은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나는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이 일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해 집단 간의 대화도 어려울 것 같고,타협도 쉽게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기본 방향에 충실하면 대타협이 가능하다는 희망도 가져 본다.
 
우선 위기의식을 갖도록 각종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여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서울에 교회당이 불교 집단에 팔려 불당이 되고 종탑에 절 표식이 높이 걸려 있는 곳이 무려 10개나 된다는 내용이 일전에 방영되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교인 수도 정밀 평가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과장된 숫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다음 일반 교인들의 의견을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 목사와 장로가 교회 지도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목사와 장로가 교회의 핵심은 아니다. 교회의 핵심은 일반 교인들이다. 교인 없는 목사와 장로는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교단은 교인들의 의견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렴한 적이 사실상 없다. 총대 목사와 장로들의 의견이 곧 교인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교권 민주화가 시대의 흐름이다.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해야 한다. 교인들의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교단의 그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거둘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목회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회 성장의 일차적 책임은 결국 목사에게 있다. 그러니,목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목사에게 권한도 주어야 하고,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생존권과 인격권,그리고 영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동시에 목사는 목사다워야 한다. 목사에게 목회권을 부여하되 목회권이 남발,남용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목회 행정 절차,교회 재정 지출 과정 등등이 각 교회 별로 제멋대로인데 이를 통합하여 하나의 단일안을 만들어 각 교회가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제왕적 목회도 사라지고 비굴한 목회도 사라진다. 그리되면,불필요한 목사와 장로의 대립은 상당히 해소된다.
 
이제 우리 교단은 한국 교회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대단한 진전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립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충돌이냐 타협이냐,이제 그 기로에 서 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몰락이냐 부흥이냐 양자택일이 우리 앞에 있다. 나는 기도하고 있다. 주여,한국 교회를 도와주시옵소서.

고시영 목사 / 장기발전연구위원장ㆍ부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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