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반의 덫'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젊은이를 위한 팡세

조정민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13일(금) 15:44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일을 할 지도 내가 결정하고 어떻게 일할지도 내가 결정한다면 일터에서 무슨 대단한 스트레스를 받을까. 쉬고 싶을 때 쉬고 마음 내킬 때만 일한다면 모든 직장이 다 천국과 같으리라. 그러나 그런 직장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일터는 날마다 전장이고 때로는 지옥 같다. 익숙지 않은 일도 힘들지만 관계가 더 힘들다. 귀에 들리는 험담이나 비아냥도 견디기 어렵지만 혹독한 훈련과 비인격적인 대접을 받을 때는 하루에도 열두 번 사표를 내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일터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란 찬양부터 감동이 물밀 듯 밀려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예배는 어머니 품에 안기는 것처럼 감미롭다. 한 주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할퀴고 찢기고 피를 흘린 상처마다 새 살이 돋는 회복을 경험한다. 예배만 드리고 싶다! 종일 예배만 드리고 싶다! 주님! 제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교회를 떠나야 한다. 일터 속으로,세상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내야 하고,때로 비상근무 상황이 발생하면 주일까지도 회사를 지켜야 하는 일이 생긴다.
 
"저는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저는 주일 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분명하게 선포하고 일터를 떠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담대한가. 그러나 만약 침몰하는 배를 타고 있다고 하자. 선창에 생긴 구멍을 손으로 막고 있다고 치자. 내가 막고 있는 이 구멍에서 손을 떼는 순간 배가 침몰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교회 나가지 않는 친구를 찾고,예배 드리지 않는 사람을 부르고,나보다 더 큰 손을 지닌 사람을 데려오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관실 고장이 났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의 모든 것은 하나님께 드려진 것입니다. 저는 가야 합니다. 제게는 하나님이 전부입니다."
 
예수님은 뜻밖에 예물의 예를 들어 우리를 깨우신다. "고르반! 하나님께 드려진 것이라고만 하면 되는 것인가. 하나님께 드려야 하기에 정작 부모님께 드릴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 계명의 참뜻이냐?" 하나님은 우리의 예물에 목말라 하고 계신가. 하나님은 우리의 헌신에 애가 타시는가. 하나님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가장 기대하시는가. "너희들의 예배보다 너희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을 내가 더 원한다. 너희들의 애통한 마음을 원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예물을 직접 쓰실 곳이 없다. 우리가 드리는 모든 예물은 이 땅에 살아있는 누군가를 위해 필요한 것들일 뿐이다.
 
고르반! 하나님을 향한 아름다운 서원이며 거룩한 예배이자 눈물겨운 헌신이다. 온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무엇을 아낄 것인가. 그러나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다시 우리의 이웃들에게 되돌려 주시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이 고르반에 무너진 공동체를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다시 우리에게 내미신다. "네 눈에 지금 누가 가장 이 고르반을 필요로 하는가. 지금 이 순간 누가 너의 시간과 물질과 재능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느냐. 이 고르반을 그에게 주라!" 혹시 내가 고르반의 덫에 걸려 일터를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조정민목사 / 온누리교회,CGNTV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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