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로 가득했던 첫 무대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최종률 장로의 '빈 방'이야기(3)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13일(금) 15:43
그 당시에는 공연을 알리는 홍보수단이래야 일간지에 보도의뢰를 하거나 거리에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보도의뢰를 했다고 해서 신문에 다 실어주는 것도 아니고,더구나 작은 신생극단을 위해 기꺼이 지면을 할애해 줄 너그러운 신문사도 없었기에 포스터 붙이기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홍보 전략이었다.
 
그런데 그 일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포스터를 멋대로 붙였다가 적발되면 즉결심판에 회부되어 구류를 살거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모험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고물 불법부착 혐의의 범법자로 난생 처음 즉심에 서는 값진(?) 경험을 했다. 아무튼 첫 공연은 큰 기대를 걸 상황이 아님이 분명해 보였다. 더구나 공연장마저도 신촌에 있는 손바닥만 한 소극장이었으니 큰 맘 먹기 전에는 찾아가기도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기도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맞은 공연 첫 날,예상 밖으로 많이 몰려온 관객들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객석이 좁다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문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대성황이었다. 먼저 번역극 '크리스마스 이브'를 공연하면서 관객의 마음을 열었고,무대 전환을 위해 잠시의 인터미션(intermission)을 가진 후 역사적인 '빈 방 있습니까'(이하 '빈 방')의 첫 공연이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차분한 정서의 가정극이었던 것에 비해 '빈 방'은 청소년들의 좌충우돌하는 생활상과 극중극이라는 특이한 구조,그리고 극적인 반전 등으로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객석에서 연이어 터지는 폭소와 감동의 눈물로 극장 안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극이 막바지에 이르고 지진아 덕구가 엉망이 된 무대 위에서 더듬거리며 마지막 독백을 읊조릴 때 엄청난 반향이 작은 극장공간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치만 어떻게 거짓말을 해요? 우리 집에 빈 방이 있거들랑요… 근데 어떻게 예수님을 마구간에서 나라구 그래요? 난 예수님이 내 방에서 낳으면 진짜 좋겠어요. 그럼 얼마나 신나요! 난 예수님이 참 좋아요. 예수님은… 예수님은 나 때문에 죽었잖아…”
 
아기 예수님을 자기 방에 모시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진아는 성탄의 진정한 의미,다시 말해서 복음의 핵심을 특유의 어눌한 말로,그러나 정확하게 관객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그렇게 연극이 끝나고 그 후에는 긴 여운이 객석 가운데 머물고 있었다. 사실 먼저 공연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감동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빈 방'은 그 감동을 몇 배 증폭시켰다.
 
심지어 어떤 여성 관객은 공연이 끝나고 극장에 딸린 남녀공용 화장실까지 좇아와서는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잘 봤습니다! 감동적이었어요!"를 연발했다. 난처하면서도 한편으로 가감 없는 그 격려가 고마웠다. 그땐 인간적인 감성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과정은 분명히 성령의 인도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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