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삶, 러시아

[ 포토뉴스 ] 포토에세이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2년 01월 03일(화) 15:49
   
서유럽이 최고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누리던 시절에도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무척 '가난한 대국'의 삶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 궁핍함 속에서도 러시아는 문학과 예술을 꽃피우며 후대에게 '삶의 여유'를 선사했다. 러시아인 자체가 예술과 분리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삶과 예술이 동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공동묘지에서도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모스크바 노보제비치묘지는 죽음이 얼마나 엄숙하고 장엄하며,예술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작가로 비판적 리얼리즘 문학의 창시자로 기억되는 고골과 소설가 겸 극작가인 안톤 체홉 등의 묘소를 비롯해서 발레리나,작곡가,연극인 등의 묘소가 곳곳에 자리를 하고 있다. 이중에는 정치인과 과학자들의 묘소도 있는데 생전 이들의 연설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동상과 이들이 직접 발명한 각종 첨단기기들을 담은 동상들이 보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죽음마저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러시아인들의 민족성에 잠시나마 경의를 표하지 않을수 없었다. 묘지를 거닐던 중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다. 어느 연극인의 죽음. 세상은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표정을 짓고 있고 그 앞에는 평생을 그와 함께 했을 강아지의 브론즈까지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일어나 연극의 한 부분을 연기할 것같은 생생한 표정으로.

<사진데이터:올림푸스 EP1,조리개 F5.6,셔터 1/500,감도 500>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