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돕는 자

[ 말씀&MOVIE ] '헬프'(테이트 테일러,2011,드라마,전체)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02일(월) 14:31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사람다움의 회복에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 것일까? 아니, 도대체 이런 이야기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에게 거듭 반복해서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야기가 바로 인간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하나님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인간다움, 곧 참 인간의 모습은 하나님의 나타남의 한 방식이다.
 
달리 말해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은 하나님을 나타내도록 부름을 받은 자이다. 하나님이 인간의 삶과 풍성한 삶을 도우시듯이, 인간 역시 이웃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또한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실천하는 존재다. 인간은 원래 돕는 자로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인간다움 가운데 하나는 돕는 자로서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은 도우시는 분으로서 자신을 세상 가운데 드러내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본질을 반영하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돕는 일은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일이며, 더 나아가서는 하나님을 세상 가운데 드러내는 한 방법이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인 '헬프'는 바로 이런 감동을 담고 있다. '헬프'라는 말은 '돕는다'를 의미하지만, 영화의 원제인 명사형 '더 헬프'에는 '가사 일을 돕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미시시피 주의 어느 마을이다. 60년대의 미국은 쿠바사태로 위기가 고조되고, 베트남 전쟁 참전과 관련해서 여론이 들끓었으며, 마침내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한마디로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던 때였다. 또한 1955년 12월 몽고메리에서 로자 팍스라는 흑인여성이 버스에서 백인 남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촉발된 법정 소송은 1956년에 미국 연방최고재판소에서 버스 내 인종 분리법이 위헌이라는 판결로 끝났지만, 인종 차별은 계속되었고, 그 양상은 각 주마다 달리 나타났다. 미시시피 주는 인종 차별에 있어서 미국에서 가장 극심한 모습을 보여준 곳이라고 한다.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당시의 흑인과 백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는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영화는 정치적인 격동의 시기에 미시시피 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에 주목한다. 내용은 흑인 여성이 백인의 가정에서 가사 일을 도우면서 겪었던 삶의 이야기가 책으로 집필되는 과정이며, 또한 그 삶의 단면들이다. 한편으로는 당시의 분위기에서 흑인의 이야기가 책으로 집필된다는 것은 관련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넘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겪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고 또 힘과 용기를 안겨준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마음의 치유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인간에 대해 보이는 다양한 태도를 통해 왜곡된 인간의 모습과 진정한 인간다움을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참 흥미롭다. 인종차별은 단지 백과 흑의 구분이 아니라 인간의 폭력성의 표현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차별과 편견은 흑인 여성들에 대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백인이라도 차별과 편견의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예컨대, 고등학교 졸업 후에 결혼하여 편안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을 이상으로 여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학교에 진학하여 작가나 기자가 되려는 스키터에 대한 편견이나, 친구의 남자 친구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셀리아 풋를 따돌리는 일 등은 단지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적인 폭력성을 보여주는 목적으로 연출된 장면이었다. '헬프'는 인종차별을 매개로 인간됨의 본질이 무엇이며, 또한 그것이 왜곡되었었을 우리 안에서 정체를 드러내는 숨겨진 폭력성을 성찰하게 한다. 공공신학을 지향하는 한국 교회가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와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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