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구유와 명품 교회

[ 논단 ] 주간논단

강교자회장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2월 15일(목) 15:37

'명품 교회'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얼마 전 한 기독교TV 방송을 통해서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명품 교회' '명품 신앙' '명품 교인'이라는 단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명품(名品)은 아주 뛰어나거나, 널리 알려진 물건을 말하며,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브랜드 상품을 말한다. 명품은 호화 상품(豪華商品)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인다"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상품의 광고효과 극대화를 위한 치열한 경쟁싸움터가 된 각종 미디어매체를 통하여 소비자들은 보다 더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말과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소비위주 시대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소비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차별성과 희소성, 더욱 고급스럽고 화려함이 강조되는, 더욱 값나가는 고급상품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표현이 명품이라는 단어이다. 그래서 명품 화장품, 명품 시계, 명품 핸드백의 뒤를 이어 명품 학원, 명품 아파트, 명품 성형 등의 각종 단어들이 판을 치고 있다.
 
오늘 우리 시대가 지향하는 가치와 시대의식을 반영하는 뚜렷한 시대용어가 '명품'이다. 말은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이며, 사람의 가치관과 의식이 담겨있다. 한 시대의 유행어는 그 시대의 생각과 표현, 가치관과 의식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이다.
 
소비시장에서 이렇게 사용되고 있는 '명품'이라는 단어가 차별화 된 고급스러운 교회와 성도들을 표현하기 위해 자랑스럽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게 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오늘 교회와 기독인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의식은 소비시장논리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너희는 이 시대를 본받지 말고 변화를 받아…"라는 말씀을 기억한다.
 
말이 가진 힘과 영향력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말에 담긴 의식과 가치관은 무서운 전파성과 전염성을 나타내며 그 사회와 그 시대를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아이들의 노래에서 얼마나 많은 아빠들이 힘과 위로를 받으며 가족의 중요성과 아빠의 보람을 느꼈을까를 생각하면 그 광고가 고맙다.
 
또한 '아빠 부자 되세요'라는 아이들의 부탁을 들으며 얼마나 많은 아빠들이 초조하며 힘이 빠지고, 실패감과 자괴감에 시달렸을까를 생각하면 염려가 앞선다. 성경에서도 말의 중요성과 함께 바르고 정확한 말의 사용에 대한 중요성이 얼마나 강조되고 있는가?
 
명품 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명품 교회, 명품 신앙, 명품 교인이라는 명칭은 누가, 무슨 기준으로 명명할 수 있는가? 과연 명품 교회, 명품 교인은 존재할 수 있는가? 교회가 명품 되려고 발버둥 칠수록 그 본질은 퇴색되어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상실하고, 하늘 영광 버리시고 낮은 땅에 종의 모습으로 오신 아기 예수와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의 가르침이 아닌가?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태어나, 비천한 말구유에 누이신 메시야 아기 예수님을 닮은 겸손과 '비움'의 영성이 2011년 성탄 시즌에 한국교회에 주시는 하늘 선물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강교자/전 YWC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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