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조정책,'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변화

[ 교계 ] '어떻게 주느냐'보다는 '얼마나 개발될 수 있나'에 초점 맞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12월 12일(월) 15:45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된 국가로서 사상 최초 개최
부산서 열린 제4회 세계개발원조 총회 성과

지난 11월 29일~12월 1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세계 개발원조 분야 세계최대, 최고위급 회의인 세계개발원조 총회가 개최됐다.
 
세계개발원조총회는 세계 개발원조의 큰 틀과 패러다임이 논의되는 자리로 이번 총회에는 반기문 유엔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토니블레어 전 영국총리,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주제 라무스 동티모르 대통령,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등 각국 정상들과 1백60여 개국 정부대표(장관급), 70여 개국 국제기구 대표, 의회, 시민단체, 학계 등 약 3천5백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총회는 2003년 로마, 2005년 파리, 2008년 아크라(가나)에 이어 역대 네번째로 열리는 행사로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원조를 주는 주요 공여국으로 전환된 국가로서는 사상 최초로 개최하는 국제 원조회의였다.
 
#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이번 총회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국제 원조정책의 패러다임을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전환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등 다양한 공여 주체들을 아우르는 새로운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국제 원조정책을 그동안 원조를 어떻게 주느냐라는 문제에 집중했던 '원조효과성'에서 원조를 받는 나라가 실질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개발효과성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원조를 지원받는 지역의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주느냐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 이러한 반성에서 이원 부산 총회는 앞으로 원조를 할 때 수혜자 입장에 서서 진행하기로 그 방향성을 설정한 것이다.
 
ODA워치(공적개발원조 감시단) 같은 NGO 등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주민들 의견이 반영 안된 또 다른 ODA 사례들, 원조의 설계단계에서 사후평가까지의 총체적인 문제점 등을 제시하며 원조시 개발효과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었다. 우리나라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 총회기간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제까지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중심으로 원조가 진행돼 왔으나 이번 총회를 계기로 OECD와 UNDP(유엔개발계획)가 함께 가는 체제가 된다"며 "OECD는 정책 업무와 집행을 감리하고 UNDP는 현장사무소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현장 이행 업무를 맡기 때문에 쌍두체제로 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OECD 체제 밖의 신흥국들도 원조 진행시 OECD, UNDP와 함께 원조를 진행해 나가게 된다.
 
#'부산선언문' 채택
 
이와 함께 이번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에서는 폐막 전 '부산선언문'을 채택해 그 내용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이 선언문에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통원칙으로 △개발우선과제에 대한 개도국의 주인의식 △성과지향 △포용적인 개발 파트너십 △상호간 투명성 및 책임성을 제시하였으며, 4대 행동은 △개발 정책과 프로세스의 민주적 주인의식 심화ㆍ확대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의 강화 △남남협력(신흥국-개도국)과 삼각협력(선진국-신흥국-개도국)의 중요성을 확인ㆍ개별 국가상황과 필요에 맞추는 지원 △개발도상국들이 다양한 형태의 개발 재원과 활동이 갖는 영향을 증진ㆍ강화하고 개발협력 활동이 개발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기독교NGO에서도 참여ㆍ관심
 
이번 총회의 개막일인 지난달 29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세이브더칠드런은 공동으로 공식회의장 부산 벡스코 광장에서 미디어 스턴트를 개최했다. '탁상공론은 그만! 생명을 살리는 행동, 건강한 원조'라는 주제로 펼쳐졌던 이번 이벤트는 국제원조의 분야에서 특히 개선 속도가 더딘 '보건'분야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두 단체는 공여국들이 그 동안의 약속을 이행할 것과 효과적이고 건강한 원조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에는 질병과 기아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이 7백60만여 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위한 선진 공여국들의 원조는 부족한데다 중복과 분절 등 그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을 비판한 것.
 
이외에도 '베터 에이드(Better Aid)', '옥스팜'과 'ODA 워치'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참여해 건강한 원조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목소리를 더했다. 월드비전 옹호사업팀 남상은 팀장은 "건강한 원조, 생명을 살리는 원조를 위해서는 공여국 중심의 일방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과정에 가장 가난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며 "'건강한 원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부산에 모인 개발원조관련 정책결정자들에게 잘 전달됐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굿네이버스에서도 2만3천명의 청소년들의 서명을 모아 세계개발원조총회측에 전달하며 국제사회에 건강한 원조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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