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자는 변질되지 않는다

[ 말씀&MOVIE ] '특수본'(황병국,2011,액션,15세)

최성수박사 khm@pckworld.com
2011년 12월 08일(목) 15:40
'의뢰인'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감독이 명성의 탑을 빠른 속도로 한층 더 올리고 있다. '의뢰인'에서 보여준 긴장감 가득한 스토리 전개는 '특수본'에서도 계속된다. 너무 잦은 반전으로 반전의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지만 평범한 영화 소재를 빠른 편집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한껏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관객의 주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미니밴 안에서의 액션 장면은 압도적이다.
 
   
경찰을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설치한 특별수사본부,미국연방수사국 FBI에서 연수중이던 범죄심리학 박사까지 동원해 수사할 정도로 비중 있는 사건이다. 수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건에 동료 경찰이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더 큰 몸통이 숨어 있다는 단서를 확인하면서 경찰들 관계에서 불신이 싹튼다.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느껴지는 단서로 고조되는 긴장감과 심리적인 불쾌감은 서로의 관계를 깨뜨릴 정도가 되고,수사 과정에서 거듭되는 해프닝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결국 '특수본' 자체가 해체되는 위기를 맞는다. 그런데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와 동료 그리고 선배의 죽음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던 김성봉(엄태웅)과 김호룡(주원)은 몸통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별도로 수사에 착수한다.
 
거듭 새롭게 밝혀지는 범인을 추적하고 또 추적하면서 그들이 찾아낸 실체는 바로 자신들의 직속 최고 상관인 경찰서장. 그런데 경찰서장으로서 저지른 범행의 동기라는 것이 지극히 단순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경찰관으로서 산다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사회에서 범죄가 멈추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죄를 다스리는 것이 낫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결국 그 역시 부하에 의해 살해당함으로써 영화는 사회정의의 자존심을 세워주지만,영화가 다루는 사건과 스케일 그리고 긴장감에 비해 그 이유가 너무 소박하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문제는 경찰직을 소명이 아니라 단순히 삶의 생계 수단으로 삼았던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은 종종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받기는 해도,엄연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점에서 소명 없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직업이다. 어디 경찰직 뿐인가! 우리 사회에서 공직은 언제부터인가 봉사직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었다. 과거는 권력의 상징으로 떠오르더니,이제는 안정된 직장의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이나 노량진의 학원가를 살펴보아도 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어떠한지를 금방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끊이지 않은 이유는 소명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들을 권력 욕심 때문에 나서거나 혹은 안정적인 돈벌이로 생각한 사람들 때문이다.
 
근자에 목사들의 성범죄와 사기행위 그리고 각종 비리들이 여론에 거듭 회자하고 있다. '특수본'에 나오는 전직 마약범 목사는 여전히 사기꾼이다. 소명자의 변질된 모습들을 보면서 지금은 고인이 된 옥한흠 목사의 책 "소명자는 낙심하지 않는다"가 생각난다. 소명자는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는 자로서 혹은 하나님의 계시를 세상 속에 드러내는 자로서 결코 낙심하지 않는다. 필자의 확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낙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왜 변질되는 것일까? 소명 의식이 아니라 다른 목적에서 목사를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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