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하고 싶은 말을 속에 담지 말고 표현하기를 노력하라.

[ 상담Q&A ]

김충렬교수
2011년 12월 08일(목) 14:57

Q :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혼자서 삭이는 편이다. 불쾌한 기분에 압도되고 있는 것이다. 화를 내서라도 풀었으면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맥이 빠져 있는 채로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옆에서 보면 "걱정도 팔자"라는 속담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A : 환자의 증상은 신경증적 우울증(neurotic depression)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신경의 변화에 의한 우울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경을 과도하게 기울인 탓에 정신 에너지가 소진된 것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감정부전 장애와 같은 것으로 정신병적 우울증보다는 비교적 경미한 편이기에 현실 판단력에 현저한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우울한 기분과 의욕상실을 나타낸다. 이는 대개의 신경증이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높은 것이 특징인 만성적 장애로서 우울증과 관련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 몰두하지만 그것이 망상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으며,무기력하고 침울하지만 현실을 판단하는 능력의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신경의 이상과 관련되는 강박증이나 편집증 등에서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는 편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대화 내용이 논리적이고,일상생활에는 그런대로 지장이 없다. 여기에는 현실적 문제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심인성 내지는 스트레스와 관련되고 있다. 스트레스성이란 대개 내분비의 변화로 보는 내인성이지만 일시적으로 우울감,불안,불면 등의 우울증상이 유발된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환자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우리의 사회에서는 전환신경증이 더 많이 나타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전환신경증(conversion neuroses)은 감각기관이나 수의운동의 극적인 기능상실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장애로서 신체적 질병 없이 단순히 심리적 갈등에 의하여 일어난다는 점에서다.
 
서구사회의 정신과 입원 환자 중 전형적인 전환신경증이 1-3%로 집계되고 있는데 반해,우리나라에서는 여성 입원 환자 중 전형적인 전환신경증이 10-2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 환자가 많은 것은 성적 억압 외에도 며느리의 경우 불쾌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전통적 가족제도와도 상당한 관련이 있으리라고 추측되는 것이다. 전환 장애성을 가진 신경증적 우울증은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성적 억압이 강했던 빅토리아여왕시대에는 가장 많았으나 성(性)이 개방된 오늘에 와서는 점차 적어지고 있다. 의학 지식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런 극적 증상이 발생했으나 의학상식이 널리 보급된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증상이 적어지면서 진단하기 어려운 동통이나 신체화장애로 옮겨지고 있다.
 
신경증적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말을 속에 담지 말고 표현하기를 노력해야 한다. 말로 표현하면 걱정과 근심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담고만 있으면 더욱 걱정과 불안이 커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신경증적 우울증은 언어로 자기의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신체의 괴로움을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사회에서는 증가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며느리 같은 입장에서 전환성의 신경증의 빈도는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김충렬교수 / 한일장신대학교 심리치료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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