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원유 유출 4주기,그 현장을 가다

[ 교계 ] 서해 살린 한국교회 자원봉사 기념비 제막ㆍ전시관 개관/생태학교 개교, 창조질서 보전의 사명 일깨울 것 다짐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12월 06일(화) 17:06

#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8㎞ 해상에서 유조선 헤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 T1 크레인이 충돌,원유 1만2천5백47㎘가 유출되어 갯벌,어장,해안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서산 가로림만에서 태안 안면읍 내파수도 연안 해안선까지 1백67km에 이르는 검은 띠는 곧 해안 전체를 검게 물들였다. 해안의 동식물은 폐사했고, 그 바다에 기대어 살던 주민들의 삶도 파탄에 이르렀다.
 
그러나 바로 그때 국민들이 움직였다. 1백30만여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서해안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검게 물들은 서해안의 바닷가에서 돌 하나 하나를 자신의 장신구를 닦듯 닦고 또 닦았다. 1백3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 중 약 80만 명이 기독교인이었다. 전체 자원봉사자의 80%에 이르는 숫자였다. 2007년말과 2008년 초 한국교회의 교인들은 어느 누가 보아도 정말 열심히 봉사했다. 인근의 교회들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본부가 되어 자원봉사자들을 교육시키고,숙식을 제공했다. 상처 입은 주민들을 위한 후속 프로그램도 진행되어 어린이집을 지어 개원하고 생태사료관과 기념비를 세웠다. 지역주민이 적절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기도 했다.
 
서해안 원유유출 사건은 비록 다시는 재발하지 않아야 할 최악의 사고였지만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국교회의 헌신적인 봉사는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꽃피우게 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봉사,그리고 봉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하나로 연대했던 경험은 절망에 빠져있는 서해안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뿐 아니라 한국교회 내에도 새롭게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한국교회 내에서 창조질서를 보전해야 한다는 생태적 회심이 일어나기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사고 발생 4년 후
  
서해안 원유유출 4주기를 맞아 지난 15일 충남 태안에서는 서해안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한국교회의 자원봉사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지고 전시관이 열렸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회장:김삼환)은 지난 5일 충남 태안 의항교회(이광희목사 시무)에서 한국교회 서해안살리기 자원봉사 기념비 제막 및 전시관 개관식을 가졌다. 자원봉사 기념비는 의항교회 이외에도 원유유출 당시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만리포교회,천리포교회,신두리성결교회,파도교회,학암포교회 등 총 6곳의 교회에 동시에 세워졌다. 특별히 의항교회에는 전시관이 개관되어 한국교회가 봉사한 당시의 상황과 내용,그리고 방제복,방제기구,오염된 돌 등이 전시되어 한국교회의 활약상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생태학교도 개교되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창조질서 보전의 사명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날 의항교회에서 진행된 감사예배에는 지역주민들과 지역 정관계 인사들,당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 지역 교계의 인사들이 모여 당시의 상황과 한국교회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되돌아보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예배에서는 방제자원 봉사활동 연인원 1백20만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고 자원봉사 안내한 숨은 영웅들을 위한 공로패를 수여했다. 사랑의교회 사랑의나눔119,예수사랑선교회 김범곤목사,성민원(군포제일교회),성백걸교수(백석대),서광희장로(당시 태안기독교연합회장),오창영목사(천리포교회),유성상목사(만리포교회),이광희목사 등이 그 주인공.
 
이날 '섬김의 기쁨,나눔의 행복' 제하의 설교를 한 최희범목사(한교봉 총무)는 "드러나지 않고 봉사한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서해안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며 "한국교회는 이러한 업적을 으시대고 시끄럽게 떠들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지극히 조심하는 마음으로 기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교봉 사무총장 김종생목사는 "4년전이 지난 지금 태안을 방문하니 당시 황망한 가운데 이 곳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바위를 닦으며 성장밖에 몰랐던 우리의 욕심을 반성하는 마음을 닦았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했던 것을 기리고,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을 다시 기억하자는 의미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아직도 남은 과제
  
그러나 이러한 감사의 자리에서도 아직 치유되지 않은 서해안 주민들의 아픔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굴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의항교회 이연을집사(73세)는 지금까지 생업에 종사할 수 없는 것은 물론,당시 방제작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 집사는 "매일 원유를 닦다가 보니 몸이 너무 가려워서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아직도 약이 없으면 견디기가 힘들고 피해보상도 받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본교단 만리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유성상목사는 "현재 피해보상은 아직도 진행중이며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간의 불신이 깊다"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이론적으로는 6개월 내에 일어난다고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이 가장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주민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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