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관심 끌기 전략

[ 말씀&MOVIE ] '네트워크'(시드니 루멧,1976,15세,드라마)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2월 02일(금) 10:49
기술혁신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예컨대 구술에서 문자로,문자에서 영상으로 그리고 이제는 멀티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자본주의는 이윤추구를 기본정신으로 하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과 함께 대중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 문화콘텐츠 개발을 가속했다. 겉보기에는 문화 자체에 내포되어 있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전혀 다른 결과에 이르게 된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것이 인간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단지 "일이 되고 있는가?"만을 묻는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매체는 시청자 혹은 청취자 혹은 독자나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한 것에만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소위 대중의 관심과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대중매체는 생산주체의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주입함으로 대중의 생명이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경쟁업체들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자본이 투자되는 일이기 때문에 미디어 업체들은 대중의 관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대중의 관심이 몰리는 곳에 광고가 집중하다 보니 대중의 무관심은 곧 기업의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경쟁업체들이 많아질 땐 레드 오션은 명약관화한 일이며,이로 말미암아 콘텐츠는 선정적이며 자극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바로 이런 사실을 영화로 표현한 것이 '네트워크'다. USB라는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삼으면서 텔레비전이 얼마나 시청률에 목을 매고 있는지,그리고 높은 시청률을 위한 생존전략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잘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청률 하락으로 퇴출당할 위기에 있는 아나운서 하워드 빌은 마지막 방송을 하면서,텔레비전이 추구하는 것이 고상한 가치를 갖지 않는다고 폭로하고 자신은 방송을 마친 후에 자살할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이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폭발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음을 알게 된 방송사 사주는 그의 프로를 존속시키기로 한다. 이런 결정의 배후에는 야심으로 가득 차있는 프로그램 기획자인 다이아나가 있다. 높은 시청률에 대한 다이아나의 병적인 집착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그녀의 모든 관심은 오직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것에 집중되어 있다. 방송을 중단하고 정신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이라는 이유로 빌의 예언자적 행각을 계속해서 방송에 내보내고 심지어 불법 집단의 강도와 테러 행위를 생방송으로 방송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지 못하는 하워드 빌에게서 더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지만,그의 방송을 지속시키려는 사주와 갈등을 겪는다. 방송 책임자들과 장시간의 토론 끝에 그녀는 방송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 하워드 빌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또 그러한 시도 가운데서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그 일을 자신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테러집단에 위탁하는 것은 물론이고,그 실행과정을 생중계하는 잔인함을 보인다.
 
하나님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신 예수님은 스스로 메시지로서 또한 미디어이셨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지향하기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능력이 대중 가운데 침투될 수 있기를 원하셨다. 미디어 세상과 하나님의 나라는 존재하는 방식과 나타나는 방법에 있어서 얼마나 다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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