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 논단 ] 주간논단

이용남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28일(월) 17:10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권리를 기득권이라고 한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많은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그런데 종종 이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과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사용함으로 말미암아 큰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어느 장관의 발의로 약국 외에서 약을 판매하는 법안이 상정되었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장관이 야심차게 계획한 약국 외 약 판매 사안이 제대로 토의되지 못하고 그냥 물러서야 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기득권을 갖고 있는 약을 다루는 단체들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국가 공무원 서열 3-4위에 있는 장관의 의견을 주저앉게 할 정도로 기득권의 세력이 막강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득권의 문제는 사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기관이나 교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신앙의 공동체라고 하는 교회나 기독교 기관에서도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자신들의 이익이나 주장을 세우기 위하여 행패가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근자에 사회가 교회나 기독교 단체를 곱지 않는 눈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회 안에서 사용되는 말 가운데 선임이라는 말이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나 선임 장로, 선임 부목사 등 꽤 많은 부분에 사용되는 말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선임이라는 자리가 마치 어떤 권력의 구조인양 착각하고 자신이 차지한 기득권을 자신의 이익이나 주장을 위하여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교회 안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교회가 건강하려면 교회 안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는데 그 기득권을 사용하지 않는 한 교회는 새로워 질 수 없고, 또 교회 기관에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주장하는 말이다.
 
날 때부터 인간은 몸 안에 암세포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3백~4백개의 암세포가 새롭게 생긴다. 이렇게 생기는 암세포들은 주로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세포에는 수명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이 살아서 제 역할을 하다가 때가 되면 죽어야 한다. 그런데 세포들 중에 마땅히 죽어야 할 것들이 변형되어 죽지 않고 남게 되는데 그것들이 바로 암세포가 된다. 이런 세포들은 사람들이 건강할 때는 정상 세포에 의해 위축되어 있지만 몸이 약해지거나 정상 세포가 기능이 약해지면 급성장하기 시작하여 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물러나거나 죽어 없어져야 할 것이 남아 있는 것, 그래서 자신의 기득권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암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꼭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훌륭하게 감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교회나 기독교 단체는 하나님이 이끌어 가신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없으면 교회가 문을 닫거나 기독교 기관이 해체라도 될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님이 세우셨기에 하나님이 책임지고 이끌어 가신다. 짧은 우리 기독교 역사를 보면 정말 위대한 어른들이 있어 그들 때문에 교회나 기독교 단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후에도 교회나 기독교 단체들은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죠지 워싱턴이 8년 재임을 마치고 물러서려고 할 때 여당 내에서 그만한 인물이 없음을 알고 워싱턴에게 다시 대통령직을 맡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였다. 이런 생각은 야당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생 국가인 미국을 이끌어 가는데 그만한 리더십과 정치적 식견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야당 일각에서도 워싱턴이 다시 재임하여 국가를 이끌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였다. 이 정도 되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냥 다시 삼선에 출마하여 대통령직을 맡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은 거절하면서 이 나라는 어느 누가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이 통치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답하였다. 하나님이 다스리기에 자신이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그의 결단이 위대한 나라를 세우는데 기여했다. 정말 훌륭한 결단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가지고 자신의 이익이나 권리 행사를 위하여 사용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의 기득권을 죽이는 일에 사용하라. 그렇게 될 때 분명 교회나 기독교 단체는 쇄신될 것이고 보다 밝은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기득권 때문에 얼룩진 한국 교회와 기독교 기관들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기득권을 포기할 때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고 사회가 우러러 보는 하나님의 기관이 될 것이다.


이용남목사(장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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