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아는 지식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강정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18일(금) 16:22
   
무시당하기 싫어하는 세상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무시당한다고 느껴서 '묻지마' 폭력을 행사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린다. 세상에 무시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일까?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모든 사회적 투쟁의 이면에는 '인정'(認定)에 대한 열망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뒤처지기 싫어하는 세상이다. 뒤처지면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까지 아이들을 학원으로,과외로,독서실로 내몰고,어린 학생들은 해마다 입시지옥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힘겹게 입시지옥을 통과한 학생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또다시 취업전쟁에 내몰린다. 뒤처지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취업준비생들은 '슈퍼스펙'을 쌓기 위해서 골몰하고, 편입학 등으로 과감하게 '스펙리셋'을 단행하기도 한다.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매년 쏟아지는 신간은 헤아릴 사이도 없이 서점 진열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지식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유통된다. 결국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뒤처지거나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재빠르게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게 되었다.

이제 막 입시지옥의 초입에 돌입한 학생부터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는 젊은이들,무한경쟁에 내몰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뒤처지지 않기 위한 '지식 전쟁'은 사투에 가깝다. 그럴수록 '압솔리지'(무용(無用)지식, obsoledge)를 효율적으로 걸러내는 능력이 중요하게 된다. '압솔리지'란 빠른 속도로 쓸모없어지는 지식을 일컫는 용어로서,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쓸모없는(obsolete)'과 '지식(knowledge)'을 합성하여 만든 신조어이다. 앨빈 토플러는 빠른 지식변화 속도에 발맞추어 쓸모없는 지식을 빨리 제거해야 효율적으로 일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무용지식'을 걸러내는 능력이야말로 미래의 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 예견했다. 뒤처지기를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압솔리지'는 가능한 한 빨리 폐기해야 하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슈퍼스펙을 쌓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신의 실용적 지식만이 유용하고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투에서 살아남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낙오하거나 뒤처진 대다수는 승자독식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들이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열패감에 마음이 찢어지고 무너진 채 살아간다. 그럴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무서운 속도로 변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낙오자는 늘어난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었던 월가 시위는 이러한 열패감에 시달리던 현대인들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견 '하나님을 아는 지식(다아트 엘로힘)'도 무가치한 '압솔리지'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호세아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생명의 길로 제시한다(호 6:6). 최신 정보나 실용적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라는,아무 효율성 없는 이 '압솔리지'가 찢어지고 상처 입는 자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압솔리지'를 빠르게 폐기하고 실용적인 지식만을 추구하며 무한경쟁에 몰두할 때,수많은 사람들이 그 경쟁에서 낙오하고 실패하여 상한 마음과 사무치는 열패감으로 힘들어 할 때,교회는 저들을 향해 과단 있게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제시해야 한다. 저들이 뿌리 깊은 열패감을 극복하고,하나님께서 주시는 새 생명 가운데서 공의와 인애를 거둘 수 있도록(호 10:12) 격려하고 보듬어야 하는 것이다. 무한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하나님은 나약하고 실패한 죄인도 깊이 사랑하시고 긍휼히 여기시는 분이라는 '참된 지식'을 갖는 것이 진정으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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