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회…

[ 말씀&MOVIE ] '완득이'(이완, 2011, 드라마)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04일(금) 16:45
   

이런 교회가 있다. 그리스도인 관객이라면 분명히 난처하게 생각할 교회임에 분명하다. 십자가가 중앙에 있고, 믿음 소망 사랑이 그 주위를 장식한다. 교회에 가면 언제나 낯선 나라 외국인 부부가 먼저 반겨준다. 불법 노동자들이 주로 다니는 것 같다.

이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는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 이동주, 학생들에게는 '똥주'로 통한다. 완득이 앞집 옥탑방에서 산다. 요즘 같은 입시위주의 수업에서 결코 유익하거나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는 개똥철학이며 인생론으로 각설을 하고, 야자 땡땡이 쳤다고 폭력, 학생들의 폰카에 찍혀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문제 선생이다. 이웃하는 사람들과 싸움질도 곧잘 하는 것 같고 또 학생에게 술도 권한다. 이런 사람이 성경책을 손에 들고 다니는 교회다. 게다가 나중엔 전도사란다. 그리고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했다는 이유로 경찰 유치장 신세까지….

주인공 완득이는 또 어떤가. 공부는 말등에다 쌈질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척추 장애를 갖고 캬바레에서 사람들에게 춤으로써 웃음을 팔며 근근이 살아가는 아버지와 근원도 모르고 떠돌다 어떻게 삼촌이 된 남자와 함께 옥탑방에서 살고 있다. 엄마는 필리핀 사람으로 어릴 때 집을 나가 주민등록등본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문제 학생이 될 조건이 충분하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쌈질 충동을 쉽게 억제하지 못한다. 세상을 향한 분노의 표현일 것이다. 그가 분노하는 이유는 또 있다. 똥주 때문이다. 학교에서든 길에서든 마주 살고 있는 옥탑방에서든 "얌마 완득아!"를 부르며 학생 인격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스승의 인격도 포기하며 처신하기 때문이다. 완득이는 교회에서 기도할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똥주를 죽여 달라고 애원한다. 하나님은 돈을 좋아하신다며 거금 만원을 헌금했으니 제발 자기 소원을 이뤄달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다. 이런 교회가 김려령의 소설 '완득이'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완득이'의 배경이다. 아마도 그리스도인 관객이나 혹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런 교회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할 것이다. 사이비 집단과 같은 곳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이곳 사랑방에서 일어나는 일에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든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떼먹은 악덕 기업주를 고소하는 사회정의를 위한 실천이 있다. 부자 아들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소수자를 위해 싸우다 오히려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겪고 기꺼이 집을 나와 옥탑방에 거주할 정도로 의리와 용기가 있다. 이웃집 장애인을 배려하며 그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처절하게 세상과 싸우며 살아가는 삶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갈등과 오해로 점철된 가족이 화해한다. 그리고 특히 불량하게 빠지기 쉬운 환경에 있는 완득이를 향한 열정은 잠시도 식지 않는다. "얌마 완득아!"는 그를 새로운 세상 밖으로 부르는 소리이며 또한 선생님의 사랑의 고백으로 들린다.

이런 교회다. 전통적인 교회 이미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교회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감동을 오히려 그곳에서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영화라서 그럴까? 그렇다고 해도 어쩌면 이런 교회, 그리고 이런 교회를 담고 있는 영화, 그리고 수많은 독자와 관객을 감동으로 이끄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 이 모든 것은 오늘 우리 교회의 자화상을 역설적으로 패러디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그리고 우리 교회가 외면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와 우리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임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곳은 어두운 밤에 동네에서 유일하게 밝은 십자가 불이 켜져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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