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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교회 ] 빛나는 교회,소금같은 교회 '금산교회'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11월 03일(목) 16:01
강원 춘천시 서면 금산리에 위치한 금산교회(한철인목사 시무)는 지난해 50주년 기념 예배당을 신축하면서 꼭대기층에 노인요양시설을 마련했다. "건물 자체에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과 "우리만 좋으면 안되는데 지역 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교인들의 바람이 만나 맺은 결실이었다.

지난해 11월 새로운 예배당을 완공한 교회는 올해초 15명 정원의 소망요양원 및 소망노인복지센터(2007년부터 6개 교회 연합으로 재가노인복지서비스 제공)를 개관했다. 사실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어린이, 청소년 등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과 교인들 중에 먼 곳의 요양시설로 옮겨가면서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에서 요양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담임 한철인목사가 원장을 맡은 소망요양원은 지난 2월 개관한 이후 벌써 3명이 사망해 현재 8명의 노인들이 입소해있다. 연령대는 1922년생부터 1939년생까지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7명의 직원이 성심성의껏 이들을 돌보고 있다. 자녀들과 왕래가 없던 분에게는 교회가 가족이 되어 장례식도 치뤄드리고 불신 상태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이 땅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도록 이끈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일부 교인들도, 교회가 무엇을 할까 의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주민들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좋은 일 하시네요"라며 먼저 웃음을 건네는 주민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21일 지역사회 섬김을 우선으로 실천하고 있는 금산교회를 찾았다. 면사무소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가장 먼저 '푸른금산어린이집'이 보였다. 금산어린이집은 62명 정원의 중소형 시설이지만 4천여 명 규모의 서면에서 하나뿐인 어린이집으로 늘 지원자가 넘치는 곳이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 어린이집 평가 인증에서 만점(1백점)에 가까운 97.2점을 받았을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입소문이 나 있어 3∼40분 거리의 춘천 시내에서까지 찾아오는 부모들도 있다.

지난 1990년 30세 약관의 나이로 금산교회에 부임한 한철인목사는 "교인들이 목회 방침에 따라줘서 고맙다"고 운을 뗀 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지역 내에 어린이들을 돌볼 곳이 없음을 보고 어린이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심방을 가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도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 난감했기 때문"이라고 부임 당시를 회고했다. 5년 뒤인 1995년 어린이집을 설립하고 최근 50주년 기념 예배당을 신축하면서 교회 건물에 '지역 어르신을 섬기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도 '지역주민이 모두 교인'이라는 평소 목회 철학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13대 담임으로 부임해 20여 년간 목회를 이어오고 있는 한철인목사는 한때 고등학교를 자퇴해야 했을만큼 심하게 앓은 적이 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을 회복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연세대 신과대학에 입학한 그는 장신대 신대원 시절부터 '하나님께 큰 빚을 졌다'는 마음에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필요로 하시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며 농촌목회를 준비했다. 실제로 그는 지역의 필요에 민감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영농조합을 만들어 5년여 간 운영하는 등 농촌민들의 권익 운동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자신을 소망요양원의 무임원장이라고 소개한 한 목사는 1급 요양보호사,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한 살림꾼이다. "실무를 다 알아야 제대로 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그는 "어르신들을 내 집처럼 편안하게 모시고 육신적인 돌봄 뿐만 아니라 천국에 가실 수 있도록 영혼의 방주인 교회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지역사회를 향한 교회의 관심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창립(1954년 2월 21일) 이전으로 역사를 거슬러올라가야 하는데, 여기에는 교회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경교장로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20년대 마을 면장을 맡는 등 지역의 유지였던 한 장로는 그 당시 불신자였음에도 '이 동네가 좋아지려면 교회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순교자 한덕교목사와 8촌 관계이기도 한 한 장로는 이후 일제 치하의 모진 역사를 지나며 기독교 신자가 됐고 금산교회의 초석을 놓는 데 큰 몫을 감당했다. 두 자녀와 함께 5대째 금산교회를 섬기고 있는 한상동집사는 "그때는 예수님을 믿기 전이었는데도 교회가 유익한 곳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면서 "증조할아버지가 강원노회 회계로 계실 때 우리 교회에서 노회가 열린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교회를 신축하고 50년만에 다시 노회가 열리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금산교회는 유독 전망이 좋다. 본당 성가대석 뒤로 문을 열면 인삼밭 너머 정감어린 마을의 풍경이, 차를 마시며 친교를 나눌 수 있도록 마련된 옥상 라운지에서는 의암호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교회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어린이집이, 위에는 요양시설이 있는 독특한 구조를 자랑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한철인목사는 '말그대로 요람에서 무덤'라며 "어려서부터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 가기까지 영혼을 돌보는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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