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축복입니다

[ 논설위원 칼럼 ]

김예식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01일(화) 17:59
지난 10월 6일, 아이폰의 천재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삽시간에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상실감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는 참 신비로운 존재이다. 따지고 보면 이익을 창출해 부(富)를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살아온 한 사업가일 뿐인 그에게 사람들은 왜 그토록 열광하는가? 그것은 그가 만든 상품을 통해 느끼는 무언가 모를 '따스함','행복감' 때문일 것이다. 기계임을 잊기에 충분할만큼, 마치 가족처럼 친절한, 그리고 비서처럼 늘 가까이 해주는 보살핌이 아이러니하게도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메탈속의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세계는 대공황의 위기감을 겪고 있다. 그동안의 자본주의가 성장 위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의 역기능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 인해 이런 자본주의, 시장경제로는 안된다는 의식이 퍼져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나눔'을 강조하는 소위 '자본주의 4.0'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사회에 제안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사회는 지금 어느 때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재벌기업가에서부터 인기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의 노력의 대가를 '나눔'으로 실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반인 가운데서도 이 나눔운동에 동참하여 적은 월급과 생활비를 절약하여 보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이들에게 나누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떠한가?

그동안 교회는 부흥과 복음전도를 이유로 하여 일정부분 이쪽에 우선순위를 뒤로 한 것이 사실이었다. 교회부흥을 필수과목으로 여기고 나눔은 선택과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사회로부터 좋지않은 소리를 듣는 일이 많아졌고, 교회를 평가하는 점수는 낙제점을 맴돌고 있음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하나님은 일찍이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가야 할 일종의 사회법을 선포하셨다. 그중의 하나가 '나눔'에 관한 말씀이다. 레위기 19장 9절 ~10절에 보면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며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니라"라고 씌여 있다. 위의 말씀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여전히, 세상속에서 행복을 만들어 내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삶의 기본 정신일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받은 모든 물질이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임을 알고 고백하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나누는 것은 제 것을 가지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에게 맡기신 것을 그 주인이 기뻐하시는 일에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분명한 도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음은 우리의 연약함 때문일까, 세상 욕심에 심하게 오염된 때문일까.

지난 10월 13일 ~ 14일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바자회를 열었다. 시대의 흐름때문일까, 아니면 목사의 과욕으로 무리하게 재건축을 한 때문일까? 팍팍한 재정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충성스런 성도들의 수고가 여러 날 동안 팔을 걷어 부치고 김치와 밑반찬들을 만들고 국밥을 끓이고 헌옷들을 손질해 제법 풍성한 결실을 얻었다. 바자회를 마치고 강단 아래 엎드린 새벽, 감사의 기도 뒤로 기도내용과 전혀 다른 영상이 떠올랐다. 바자회 기간중에 다녀간 선교사님이 들려준 캄보디아의 굶주린 어린아이들의 야윈 모습, 며칠 전 부쳐온 실명한 이들에게 개안수술을 요청한 글, 다문화 가정의 이주여성들의 고단한 소식과 얼굴 등.

곡식을 수확할 때 밭모퉁이를 남겨두고, 포도를 딸 때 떨어진 것을 다시줍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이 가을에 일깨워 주심은 분명 우리교회에 주신 나눔의 축복이리라.


김예식목사 / 예심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