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서당] 5. 교회의 일치란?

[ 연재 ] 일치, 예수 그리스도에 집중하며 차이를 줄여가는 것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11월 01일(화) 16:15
   
▲ 일치에 대한 선언문을 낸 WCC 3차 총회 장면.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말하는 '일치'란 무엇일까. 이 일치에 대해서 혹자는 '하나의 교회'를 만드는 구조적인 일치를 말하면서, WCC가 결국은 슈퍼처치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사실 이 같은 논쟁은 비단 국내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이와 비슷한 갑론을박이 있어왔다.
 
WCC 헌장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배와 공동의 삶 속에서 표현되는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성만찬적 친교를 통합 가시적인 일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일치가 '교회의 내적인 일치'인지, 아니면 '교회들 사이의 일치'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또, '가시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교회의 일치를 드러내는 것인지, 혹은 깨진 일치를 회복하는 것인지의 문제도 명확하지 않다.
 
1948년에 WCC가 창립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WCC 3차 총회가 채택한 선언문에서 '일치'에 대한 세계교회들의 공감대를 담게 된다. 당시 선언문에서는 "교회의 일치는 그리스도 안에서 단 한 번에 완전하게 주어졌다. 그 일치가 아버지께서 성령 안에서 아들과 함께 이루시는 삼위일체적인 일치에 근거한 것이다. 교회의 결정적인 근거인 이 일치는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교회사에서 나타난 분열로 인해 이 일치가 무색해져 버렸다. 따라서 일치는 '하나님의 은사인 동시에 우리들의 과제'이다. 교회는 이 본질적인 일치를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고 또 친교와 증언, 그리고 봉사를 통해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워지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라며, 일치의 개념을 명확히 한다.
 
이를 통해 본다면 WCC가 말하는 일치는 교회들 사이에서 관계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교회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일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치는 기본적으로 '교회가 교회로 바로 서는 것'(being the church)과 관련되어 있는 셈이다. 이 일을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도 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모든 것을 돌리고 모든 교회들이 그리스도에게 집중하게 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교리와 질서, 그리고 삶에서 나타나는 교회들의 차이점과 반대되는 견해들을 상대화시키고 약화시킴으로써, 교회들이 친교를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예수 그리스도에 집중한 채 차이점과 반대 견해들을 줄여 나가는 것이 일치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궁극적으로 교회의 '가시적인' 일치는 적어도 신앙에 대한 공동의 고백, 성례전, 그 중에서도 특히 세례와 성만찬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실행, 사역에 대한 상호 인정, 하나의 교회의 각 부분들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동의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구조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데 폭넓은 동의가 이루어져야만 실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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