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충동적,최종 결정까지 신중했으면...

[ 연재 ] 병영상담

유영식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0월 20일(목) 13:37

   
Q:입대하기 전에 자살기도 경력이 있습니다. 그때 다시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여기서는 수도 없이 '그냥 죽어버릴까?'란 생각을 합니다. 세상이 다 싫어지고 행복이나 재미 따위는 없습니다. 외로움,짜증,자살충동만 가득합니다. 전 정말 나약하고 어리석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어 군대 온지 7개월만에 삶을 그만두었으면 합니다. 다들 주변에서는 저를 보고 미쳤다고 말하고,또 자꾸 자살을 생각하는 저 자신이 제가 생각하기에도 미친 사람 같습니다.
 
A:사람들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불쾌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침묵은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저를 믿고 자기의 이야기를 솔직히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먼저 이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자살에 대해 생각한다고 해서,또는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고 해서,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 까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살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는 삶의 주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살을 생각한다고 해서 미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좀 더 신중했으면 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살을 문제해결의 한 방법으로 생각합니다. 일단 죽으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우리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습니다. 일단 죽으면 우리는 더 이상 기분 나쁠 일이 없을 겁니다. 일단 죽으면 그 뒤로 어떤 일이 생기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심한 고통에 빠져 있건 간에 숨을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입니다. 더 이상 외로워 하지 않아도 되고,더 이상 짜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고,세상이 다 싫어지는 일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자살이 치밀하게 계획된 고민의 결과이기 때문에 영원히 변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호소하고,또 어느 정도의 실제적인 도움이 있으면 지나갈 수 있는 문제인지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최근 어떤 연구를 보면,연구대상자의 34.0%가 자살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지만,26.0%는 사전에 계획하지 않고 자살을 시도하였다는 결과가 있어서입니다. 이 이야기는 자살에 상당히 충동적인 면이 있고,이런 자살하려는 충동성이 강한 시기에 우리가 경험하는 어려움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사람은 누구나 자살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드리고 싶습니다. 자살이라는 것이 우리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종결되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살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이, 생명이라는 가장 귀중한 가치의 상실을 가져옵니다. 한 사람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살은 가족과 공동체에 심각한 폐해를 야기하고 회복하기 힘든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자살을 결정하기 전에 이것도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자살이 남긴 후유증들 중 하나는 자살자 가족이 겪어야만 하는 심리, 정서적 고통입니다. 우리가 자살로 삶을 마감하면, 남겨진 가족들은 참담한 고통과 사회적 낙인 등으로 인해 극심한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합니다. 심지어 가족의 자살이 원인이 되어 또 다른 자살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가족전체가 해체되기도 합니다.

유영식목사/군목ㆍ육군종합행정학교 상담학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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