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단상

[ 논단 ]

이영훈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0월 19일(수) 14:21

언제부턴가 해외 선교여행을 할 때마다 책을 사서 가고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고 있는데 지난 9월 홍콩에서 개최된 목회자 컨퍼런스 때는 구입한 몇 권의 책 중에서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라는 책이 유독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는 비행기 편에서 보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중간에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그날 밤 홍콩에 도착해서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 넘게까지 붙잡은 끝에야 그 책을 놓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받은 엄청난 충격은 새삼스럽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그 책을 읽은 독자들뿐만 아니라 영화로 제작되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영화가 약 한달 전에 개봉되었는데 벌써 누적 관객 수 4백만 명을 돌파하면서('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10월 12일 집계) 우리 사회 전체가 표출해내는 공분(公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이 자기 방어 능력이 현저하게 취약한 장애청소년들에 대해 그토록 몹쓸 짓을 지속적으로 자행해왔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밝혀진 후에도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내려졌다는 것이 많은 분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 결과 해당 학교의 폐쇄, 아직 공소시효가 소멸되지 않은 관계자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 유사 사건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숨 가쁘게 사후조치들이 거론 또는 시행되고 있다. 

'도가니'가 일으킨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보면서 먼저 우리가 그동안 얼마만큼이나 우리 주변에서 상처 받은 이웃, 외롭게 혼자 된 사람. 장애를 가지고 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늘 무시당하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 하는 것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자신이 겪고 있는 조그만 상처, 문제, 어려움 때문에는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심지어 죽겠다고 하면서도 이웃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게 지내지 않았는지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슴을 치며 크게 반성해야 한다.

'도가니'와 관련해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 곳이 기독교 계통의 학교였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는 범죄의 장본인이 된다면 주님을 십자가에 다시 못 박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 그리스도인들로 인해서 가정이 변화되고, 이웃과의 관계가 변화되고, 사회가 변화되는 역사가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의 찌꺼기까지 남김없이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할 것이다(갈 5:24). 우리가 말씀과 성령으로 완전히 변화되어 예수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되어 살 때 교회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해나감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주님, 저희를 용서해 주시고, 변화시키셔서 '작은 예수'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아멘.

KNCC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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