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 필생즉사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김형태총장
2011년 10월 18일(화) 16:37
신앙생활에서 종종 '죽으면 죽으리라'의 일사각오가 필요할 수 있다. 충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란 말은 이순신 제독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난중일기에 쓴 말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한 충신의 각오이다. 이를 가리켜 '역설의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성경 말씀에도 이런 말씀이 종종 나온다. 특히 섬김의 도리를 말씀하시면서 누구든지 높아지고자 하면 낮아지고 우두머리가 되려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막 9:34-35)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막10:21) 가장 작은 자가 가장 큰 자이다(눅 9:48). "이 세상에서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는 큰 자니라."(마18:4) 기존의 상식과 우리의 고정관념을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해보고 그대로 실천해 보면 그 진리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경상남도 거창고등학교 강당 뒷 편에는 '직업선택의 십계명'이 게시돼 있다. 이 또한 역설의 진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고 돼 있다.

이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각오를 가지고 나서면 취업의 기회는 확실히 넓어질 것이다. 직업적성이나 흥미도 중요하지만 직업가치관도 중요하다. 청년실업이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나 '사오정 (사십오십세면 정년)'같은 말이 유행하지만 실제 직업현장에 가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대졸자들은 구직난을 한탄한다. 역설의 진리를 생각하면 이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신앙원리에서도 역설의 진리를 볼 수 있다. 예수님은 죄 없어도 십자가 사형을 당했다. 돌아가셨고 무덤에 묻혔고 음부에까지 내려가셨다. 철저한 순종이요, 변명 없이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셨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반전의 역사를 이루셨다. 음부에서 끌어올려 부활케 하시고 승천케 하시고 하나님 우편에 앉게 하셨으며 이후에 최후의 심판주로 내정해 주셨다. 예수님 자신은 최저의 자리까지 내려 가셨으나 하나님께서는 최고의 자리로 올려 주셨다.

요셉의 생애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야곱)의 사랑을 누리다가 형제들에게 미움을 받아 우물 속에 감금되었다가 애굽무역상에게 인신매매되고 보디발 가정의 종이 되었다가 억울한 모함을 받아 지하 감옥에 갇혔다. 더 내려 갈 곳이 없을 정도로 바닥까지 내려갔다. 변명 없이 묵묵히 내려갔다. 그러나 왕은 그를 해방시키고 왕궁에 모셔 제2인자의 자리까지 높여 주었고, 왕의 반지를 끼우고, 세마포 옷을 입히고, 금사슬을 목에 걸어 왕의 버금수레에 태우고 이집트의 전국 총리로 삼았다(창41:37-45).

   
죽고자 하니까 살게 되고, 억울함을 참고 견디니까 영광의 회복이 이루어졌다. 물속에서는 솟으려고 고개를 들면 빠져죽고 물에다 몸을 맡기고 누워버리면 뜨게 된다. 이 또한 역설의 진리가 아닐까? 내 스스로 끝까지 겸손하고 낮추어 가면 남들이 나를 높이고 알아주지 않겠는가?

김형태총장 / 한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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