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처럼 모셔!

[ 목양칼럼 ]

김의식목사
2011년 10월 05일(수) 16:29

1984년 군대에 다녀온 후 장신대 신대원 1학년에 복학하면서 미국 유학 전까지 6년동안 노량진교회 림인식목사님 밑에서 목회훈련을 받았다. 림 목사님의 목회는 한 마디로 그 분의 삶과 목회 자체가 성경적이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삶을 보여 주셨다. 특히 장로교의 전통적인 신앙에 근거한 3대 목사 가정에서 자라나셔서 그 자손까지 5대 목사 가정을 이뤄 나가실 정도로 그 분의 신앙의 넓이와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무엇보다 림 목사님은 모든 사람들을 사랑의 넓은 마음으로 품어 주셨다. 또한 민주적인 목회를 하시다 보니까 당회에서 목사님의 목회나 심지어 설교에 대해서조차 이의를 제기하는 장로님들도 간혹 있었다. 또 목회하시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문제가 터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 대한 림 목사님의 답변은 한결 같으셨다. "다 제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다 제가 부덕해서 그렇습니다" 사랑의 섬김, 거기서부터 어떠한 문제도 화평 중에 은혜롭게 해결되곤 하였다. 그리하여 오늘까지도 노량진교회의 화목한 목회의 아름다운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히 주일밤 예배후에 있었던 목회자 회의는 목회현장 학습시간이었다. 한 주간 되어진 목회에 대한 보고와 더불어 림 목사님의 처방(?)의 말씀은 복음적인 목회에 목말라 있었던 필자에겐 생수와 같은 은혜였다. 그것은 꼭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동역자들의 한결같은 고백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잊혀지지 않는 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한 교구 심방전도사가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교인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질문했을 때였다. 그 때 필자의 마음 속에서 어떠한 대답이 나올 것인가 잔뜩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때 림목사님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천사처럼 모셔!" 이 한마디의 대답은 목회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때로는 억울하고 원통하고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늘 큰 위로와 힘과 감동과 교훈으로 남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깊은 뜻도 모르고 존경하는 신앙의 아버지 같은 목사님의 말씀이니까 순종하는 마음으로 괴롭히는 교인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마음속에 사랑이 메말라감을 통회하고 자복하며 천사처럼 대했다. 그리고 내 감정으로는 결코 용서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주님의 십자가의 사랑을 간구하며 끝까지 천사처럼 모시고 섬겼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원수 같은 교인들을 천사처럼 모시는 사이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들도 사랑으로 품어야 할 양떼들이었고 천사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들은 바로 하나님께서 나의 영적 교만과 감정과 혈기와 아집을 깨뜨리시기 위해 보내주신 천사들이었다. 그때마다 "천사처럼 모셔!"라는 림목사님의 말씀이 가슴 속에 더욱 뜨겁게 와 닿았다.

그 후로도 천사는 목회현장 속에서 계속해서 나타났다. 한 천사가 왔다가 떠나자 또 다른 천사가 다가왔다. 때로는 지난번 천사보다 더욱 더 강렬한 천사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내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는 그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까지의 목회현장에서 때로는 말로다 할 수 없는 아픔이 있고 남 모르는 눈물을 흘릴 때에도 모든 어려움을 지금까지 꿋꿋히 이겨낼 수 있었다. 아마 남은 여생도 가슴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감동의 말씀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천사처럼 모셔!"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13:1-2)

 

 

김의식 / 목사 ㆍ 화곡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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