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말씀&MOVIE ] <23> 우리 안의 타자와 교회의 희망

최성수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9월 29일(목) 13:44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  2011, 12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인간이 유인원의 지배를 받는다는 가상의 미래 세계를 다룬 총 7회에 걸친 SF 영화 '혹성탈출'의 프리퀄(속편을 뜻하는 시퀄의 반대말로서 영화의 과거를 다룬다)인데, 어떻게 해서 미래사회에 지능이 있는 유인원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또 어떻게 그들의 세계가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타자를 형성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하고 또 타자에 대한 우리들의 부당한 태도를 반성하게 한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 관건은 유인원의 비유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유인원은 인간의 '타자'로서 명령에 순응하고, 인간이 욕구에 따라 생산되며 또한 소비되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들의 탈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경고한다. 아버지의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간절한 마음에서 프랭크(윌 로드맨)는 치매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에 참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는 신경계의 복원과 더불어 부수적으로 지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랭크에게 수화를 배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인원 시저는 인간의 부당한 대우를 참다못해 마침내 수용소를 탈출해 유인원들만의 세계를 건설한다는 이야기다.
 
영화가 폭로하는 것 가운데 타자를 형성하게 하는 인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윤리적인 혹은 도덕적인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태도이며, 둘째, 타자에 대한 폭력, 셋째, 우리 안의 타자를 공존이 아니라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탐욕적인 자세, 그리고 넷째, 결국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태도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유인원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인간의 세계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말해서 서사전개에 있어서 현재 우리 지구촌의 문제 상황(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개발)을 설정해놓고 또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의 파생을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메시지는 현대인을 향한 경고로 읽을 수 있다. 영화는 생명과학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과 오늘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타자에 대한 부당한 행태들을 고발한다. 그것은 우리 안의 타자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오만한 탐욕과 타자를 자기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부당한 태도,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가치관들에 대한 경고이다.
 
국가적으로 다문화 사회와 다종교 사회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 안의 타자가 발생되지 않기 위해서 기대되는 곳은 교회 공동체다. 예수님의 사역을 이 땅에서 반복하기를 원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교회는 비록 도상에 있는 존재로서 연속되는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천국의 모델이다. 그곳은 누구도 결코 타자가 되지 않고 '우리' 안에서 평안과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사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사회학자들이 지적하는 사람들 혹은 청년들이 교회로부터 벗어나는 많은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적인 성격의 부재이다. '무산일기'에서 볼 수 있었듯이, 실제로 교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많은 지체들이 있고 또 그들은 우리 안의 타자로서 묵묵히 살아간다. 혹 누가 알 것인가, 그들이 교회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반기독교적인 세계를 건설할지… 실제로 안티기독교 세력들 가운데는 이전에 기독교신자였던 사람들이 많다.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교회 안에서만은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성수목사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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