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유치보다 더 중요한 '조직과 진행'

[ 기고 ] 특별 기고 -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서포터즈를 마치고

김홍기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9월 22일(목) 10:44

 
지난 9월 4일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큰 사고나 과오없이 무난히 끝났다. 언제나 시작하기 전에는 요란하지만 끝난 다음에는 '비교적 무난했다' 또는 '잘 됐다' 등으로 뭉뚱그리며 피드백없이 지나갈 때가 많다.
 
이미 지나간 대회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며 스스로 대회를 격하시키거나 앞에서 수고한 사람들의 사기를 꺾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앞으로도 많은 세계대회를 개최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번 개최하는 국제대회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육상연맹을 비롯한 국제대회의 노하우를 가진 본부급 인사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었고 실제로 일을 진행하는 조직위원장 및 일꾼들은 대구에 있었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서로 정보를 나누고 협조해야 할 조직이 서울과 현지(대구)로 이분화됐다는 것이다. 계획 수립과 진행 및 중간과정의 점검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 등이 이원화된 체계와 조직에서 원활할 수가 없었다. 결국 서울측에서 볼 때, 대구팀은 국제 관례를 모르고 자기 주장만 하는 답답한 고집쟁이로 보이고 대구측에서 볼 때, 서울측은 현지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사건건 간섭만 하는 잔소리꾼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큰 과오없이 진행된 것은 어려운 일을 당하면 발휘되는 민족의 저력과 임기응변의 덕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대구조직위원회 구성도 미흡한 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대학총장급들로 포진된 조직위원회는 학생 동원에는 유리할지는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홍보면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조직위원회에 언론사 사장급들을 배제한 것이 홍보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대회 한 주 전까지 대구에서조차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행사였다.
 
운영 조직의 관리도 체계적으로 되지 않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각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교회들이 서포터즈를 담당케 됐다. 우리 교회는 '크로아티아' 서포터즈 교회로서 10명이 차출돼 명단을 제출하고 그 기간 동안 대기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서포터즈로서 부과된 임무를 수행한 사람은 없었다. 어느 부서, 누구도 우리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서포터즈인 우리들은 그 국가의 선수단이나 임원의 명단은 물론 선수들의 출전 종목에 대해서도 일체의 정보를 들을 수 없었다. 그냥 조직하라니까 조직하였지, 무엇을 시켜야하고 무엇을 요청해야할지, 그 일을 누가 해야할지, 아무도 주관하는 사람이 없었다.
 
인원동원을 맡았던 동사무소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 동사무소 산하 단체로 동원(참가) 인원만 알려주고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연일 응원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매표 담당부서에 문의하면 표는 모두 매진됐다고 했지만,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또 동원된 많은 분들이 교육을 받지 못해 달리기 출발 직전에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풍선 막대를 두들기는 등, 기본적인 자세가 돼있지 않아서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어느 대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이다. 실제적으로 가동되는 조직은 단순해야하며 동시에 조직책임자에게 확실한 임무 부여와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특히, 지방에서 대회를 치루는 경우에는 본부(서울)측과 지방측의 유기적이고 원활한 관계 설정과 자료 교환으로 인해 명확한 지침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 삼수 만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 동계올림픽, 당장 눈 앞에 다가온 WCC 총회 등 향후에 개최되는 국제대회가 대회 유치에 그치지 말고, 체계적이고 감동적이며 열매를 맺는 좋은 대회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김홍기
목사ㆍ대구동부제일교회 ㆍ 전 주가봉대사관 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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