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특집> 고기교회의 '친환경ㆍ생태보존 교육'

[ 교단 ] 창조질서 알리며 추억 만들어주는 '생태학교' 운영, 지역사회 아이들 한곳에 모으는 도서관 개관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1년 09월 07일(수) 09:34
   
▲ '처음자리 생태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고기교회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에 위치한 고기교회(안홍택목사 시무)는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행정구역은 수도권 지역의 동(洞) 단위지만, 이 교회는 수려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청정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교회 주변으로는 하나님이 주신 '보물'이 많다.

고기교회는 '보물'을 발견해 지역사회와 나누고 아이들에게 전해준다. 그 '보물'은 다름아닌 살아 숨쉬는 자연이며, 평화다.

처음 이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놀란다.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경기도 분당에서 5km 안팎 거리에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지역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교회 부지 내의 습지에는 요즘 왠만한 시골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올챙이, 가재, 반딧불이, 도롱뇽 등을 볼 수 있다. 놀랍게도 왜가리와 청둥오리, 백로 등도 찾아온다.

담임 안홍택목사는 이 환경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컴퓨터에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님의 창조질서 회복을 위해 십수년 전부터 친환경ㆍ생태보존 지향적 목회를 해왔다. 환경 청지기로서의 영적인 갱신운동인 셈이다.

그런 뜻에서 '처음자리 생태학교'를 열었다. '처음자리'라는 명칭은 옛터를 뜻하는 지역명 '고기(古基)'에서 착안했다.

안 목사는 "처음자리는 성경적으로 태초의 개념"이라며 "과학기술의 발전과 오용으로 당면하고 있는 불가피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생태학교 설립 의미를 밝혔다.

아이들은 매달 2번 열리는 생태학교에 참여해 계절의 흐름에 따라 올챙이를 관찰하고, 모내기를 하고 낟알을 털어내며, 볏짚도 꼬아보고 천연염색도 해본다. 교회 권사 중에 숲 해설가도 있어 인근 숲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10월 무렵에는 생태 축제를 연다. 먹거리를 나누고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자연물을 소재로 해 목걸이 등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교실이 부스 형태로 차려진다.

생태학교는 어찌보면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회귀운동인 셈이다. 안 목사는 "자연은 사람의 욕심을 채워주는 매개체가 아니다. 오히려 순화시켜 준다"고 말한다.

얼마 전부터는 EM(유용 미생물)을 통해 '하천 맑기'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하천을 정화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고기교회는 2006년부터 '밤토실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밤토실'은 말 그대로 '토실 토실 밤토실'을 의미한다. 교회가 위치한 곳이 밤나무가 많이 심겨진 곳이라 붙여진 명칭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도서관 설립 당시 지역사회 아이들이 즐길만한 문화가 없었다. 그래서 안 목사는 교회 옆 사택을 도서관으로 내놓고 기증받은 3백원의 책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지금은 도서가 1만권 가량으로 늘었다.

   
▲ '밤토실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인형극을 열고 있다.독서를 통해 창작력을 키워 직접 대본을 쓰고 있다./ 사진제공 고기교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이 아니다. 도서관이 지역사회 아이들을 모으고 사귐을 나누는 현장이 돼 사물놀이반, 그림영상동화반 같은 동아리반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평화'와 관련된 동화 전시회를 도서관 내에서 갖고 있다.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에게 평화와 존중의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안 목사는 "평화 교육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심성을 길러준다"며 "우리 도서관이 유럽의 '작은 도서관 운동'처럼 긍정적인 시민 운동이 일어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인형극도 진행한다.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인형극을 준비한다. 지난해에는 춘천에서 진행된 인형극제에도 출전했었다.

도서관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오픈한다. 매일 2명씩 교대하는 '도우미 사서'는 교인이 아닌 지역사회 엄마들이 담당하는 게 눈길을 끈다.

   
▲ 담임 안홍택목사.
도서관도 그렇지만 생태학교도 지역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고기교회는 도움의 손길이 많다. 그것도 철저하게 지역사회에서 돕는다.

이를 두고 안 목사는 "교회는 철저하게 지역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세상적인 시각으로 보면 작은 교회다. 그러나 비록 풍성하지 않더라도 나누다보니 도움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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