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 예화사전 ] <79>

김정호목사
2011년 09월 01일(목) 10:23
소년등과(少年登科)라는 말이 있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 출세했으니 다들 부러워했을 것이고 예로부터 최고의 경지로 높이 받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인간의 세 가지 불행 중 첫 번째로 소년등과를 꼽았다. 나머지 두 가지는 아버지 덕으로 좋은 벼슬에 이르는 것과 재주가 좋은데 글까지 잘 쓰는 것이다. '소년등과 일불행( 少年登科 一不幸)'이라 하여 '소년등과 하면 불행이 크다'거나, '소년등과 부득호사(少年登科 不得好死)'라 하여 '소년등과한 사람치고 좋게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일찍 출세하는 것이 인간의 3대 불행 중 하나라니 말이다. '좋게 죽지 못할 것'이라는 단언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왜 일찍 출세하면 불행해지는 것일까? 너무 일찍 출세하면 나태해지고 오만해지기 쉽다. 나태하므로 더 이상의 발전이 없고 오만하므로 적이 많다. 그러니 더 이상 성공하기 어렵고 종국에는 이른 출세가 불행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선인(先人)들은 수많은 사례를 경험한 끝에 이런 격언을 만들게 됐을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한 토막이다. 어느 초등학교 국어시험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져 버리는 것’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다음 □안에 들어갈 말을 쓰세요. 작□삼□.> 답은 물론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이렇게 적었다. 작(은)삼(촌).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대체로 집집마다 작은 삼촌들이 문제다. 어째 그럴까? 왜 작은삼촌들은 매번 작심삼일만 하고 마는 걸까?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나온다. 비틀스나 빌 게이츠 같은 비범한 인재들, 즉 아웃라이어(outlier, 정상(正常)을 벗어났다는 것이 원래 의미다)의 성취는 모두 1만 시간의 연습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타고난 천재로 알고 있는 모차르트도 실은 1만 시간의 연습을 통해 재능을 발휘했다고 한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간 모아야 이룰 수 있는 시간이다. 아무나 실천하기 어려운 연습량이다. 거기에 비범한 재능도 겸비해야 한다.

이것에 비하면 하루 1시간씩 1년, 모두 더해도 365시간은 참으로 인간적이지 않은가? 물론 1만 시간을 투자해 김연아 선수처럼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모든 사람이 비틀스나 모차르트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소박한 삶에서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면서 살기에 '1-1 원칙'이란 하나의 '최소한'이 아닐까? 연습과 저축은 모두 미래의 달콤함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감수는 1만 시간처럼 무지막지한 양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국가와 직장을 위해 일하다가 쓰러지거나 과로사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우리는 하나님과 교회를 위하여 특별한 부르심을 받았다. 어느덧 익숙하여져서 게으르고 나태하여 섬김을 받으려는 자세가 되었다. 반드시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청지기가 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고 땀을 흘려야 한다. 집중하면 반드시 놀라운 결과와 열매가 맺어진다.

김정호 / 목사 ㆍ 번동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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