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그리고 …

[ 말씀&MOVIE ] 그을린 사랑/감독: 드니 빌뇌브, 2010, 18세

최성수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8월 24일(수) 14:30

'그을린 사랑'은 그 충격적인 내용과 복잡한 다층구조의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너무나 할 말이 많은 영화이기에 오히려 단순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엄마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와 형을 찾는 과정에서 두 자녀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 전쟁 속에서 겪어야 했던 엄마의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또 그녀의 삶의 비극과 결과들을 발견하며 충격을 받는다.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얼룩진 자신들의 운명을 알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빌뇌브 감독은 종교 간의 갈등이 자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인간을 이끌고 가고, 또 그 결과로 인해 인간성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폭로한다. 즉, 그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전쟁인 레바논 내전에서 인간성을 파괴하는 비극의 근원을 봄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그 비극적인 결과들을 치유할 수 있을지를 영화를 통해 성찰한 것이다.

관객을 압도하는 뛰어난 서사적인 구조로 말을 잊게 만들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마지막 유언의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즉,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비극이든, 그 갈등은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일 때, 서로 함께 있을 수 있게 될 때, 희망이 있을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엄청난 비극을 받아들임과 용서로 승화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자녀들에게도 수용되길 기대한 것이다.

9ㆍ11 테러에서 볼 수 있었듯이, 이념이나 종교 간의 갈등이 비극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이지만, 그 고통을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9ㆍ11테러 이후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을 다룬 영화들이 많이 있고, 또 그 가운데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을린 사랑'이 담아내고 있는 고통의 깊이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한편, 영화를 대하면서 갖게 된 가장 우선적인 질문은, '그녀는 왜 모든 것을 스스로 말하지 않고 자녀들로 하여금 스스로 찾아내도록 했던 것일까?' '엄마의 삶과 경험을 추체험(追體驗)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에게 어떤 변화를 기대한 것일까?'였다. 아마도 뒤엉킨 운명적인 사건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과 그 안에 얽혀 있는 관계 속에 있는 모두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를 가슴 깊이 받아들이도록 하려 한 데에 있지는 않았을까?

사실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두 자녀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형제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경험하지 않고서 어떻게 그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 결과들을 받아들이며 갈등의 골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그리스도 이후의 시대를 살면서 동시에 그의 현존을 기대하며 사는 신앙인들에게 신앙 경험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추체험하는 것이다. 그에게 행하시고, 그 안에서 행하신 또 그를 통해 행하신 하나님의 행위가 우리 자신에게 나타나기를 원하고 또 기대하는 삶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앙경험이다.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삶이 재현되지 않는 것은 그분의 삶을 추체험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경험을 통해서만 비로소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영성이 형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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