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중심에 선 유럽 선교사들

[ 선교 ] 비총회 파송 선교사까지 함께하는 '예장유럽선교회' 구상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8월 23일(화) 17:57
지난 1월 본교단 아프리카 선교 30주년 대회를 시작으로, 필리핀 선교 30주년, 인도네시아 선교 40주년 대회가 이어졌다. 모두 70~80년대 처음 선교사가 파송된 지역들이다.
 
총회의 선교사 파송 역사는 제주도에 이기풍목사를 보낸 19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총회가 해외 선교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총회 세계선교부는 지난 1988년 처음 단일 부서로 업무를 시작했다. 1995년 선교사 의료보험이 실시됐으며, 2001년에서야 직접 선교사 훈련을 주관하게 됐다. 선교사 재배치 등 선교정책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에 들어서이다.
 
부득이 최근 열린 기념대회들에서는 '일관된 정책 없이 진행된 선교'를 '총회 정책'이라는 틀에 맞춰넣으려는 노력이 진행됐다.
 
수십년 간 지역색에 따라 변모해 온 선교를 당장 하나의 정책으로 포괄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유연한 큰 틀을 가지고 장시간 노력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행이도 최근 선교지에서는 선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주도적인 대화가 늘어나고 있다.
 
1976년 첫 선교사가 파송돼 올해로 선교 35주년을 맞은 유럽도 지난 4월 전략포럼을 가졌다.
 
아프리카,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는 생활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주된 선교 대상이지만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다. 향후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도 경제가 발전하고 선교 활동이 확대될 것을 감안한다면, 유럽 선교사들의 노력은 교단 선교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과 터키는 현지인 선교가 중심이지만 독일은 한인목회가 대부분이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는 현지인 선교와 한인 목회가 동반되고 있다. 세계교회와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에큐메니칼 사역자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특히 본교단 출신이지만 총회 파송을 받지 않은 사역자들도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
 
총회 파송 유럽 선교사들은 이런 변화를 수용하면서 유럽 선교 전체를 묶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10월 전략회의를 거쳐 내년 중에는 현지인 사역자, 한인 목회자, 비 총회 파송 목회자를 아우르는 '예장유럽선교회' 구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는 현장의 필요에 따라 선교사들이 구상한 자치회지만 그 내용을 보면 참고할 부분들이 많다.
 
산하엔 '예장교회협의회'를 두어 총회 파송을 받지 않은 본교단 출신 목회자들을 수용함으로서 이들이 타교단 노회에 가입하거나 독립된 조직을 만들기보다 가급적 총회 파송선교사들의 동반자가 되도록 했다. '선교와 일치 위원회'는 타문화 선교사, 에큐메니칼 기관 사역자, 현지 교단 동역자들의 활동을 보장하고 협력을 지원한다. 이와함께 '여성 위원회'와 '다음세대 위원회'도 설치해 선교사 부인과 자녀들의 역량도 최대한 이끌어 낼 예정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 선교신학을 확립하기 위한 '선교연구원'과 상설 협의기구인 '선교전략회의'를 둔다는 점이다. 선교사들은 '자발적인 대화와 연구'를 유럽 선교가 새롭게 도약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으로 제시했다.
 
선교 현장은 필요에 따라 급박하게 움직인다. 지난 제93회 총회에서 제안된 '선교노회 제도'가 이번 제96회 총회에도 대안만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장의 자구책 마련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교회가 '선진국에서의 선교, 한인 대상 선교, 에큐메니칼 선교'를 등한시하고, 총회가 '본교단 출신 해외 사역자, 여성 선교사, 선교사 자녀'를 소홀히 여긴다면 앞으로도 세계 선교의 큰 밑그림은 현장에서만 그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에서 그린 그림과 다르면 또다시 혼란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선교지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한국교회가 자랑하는 일사불란한, 만장일치식 사역은 선교지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취재 중 유럽 선교사들은 "총회의 정책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선교사-총회-교회가 서로에 대한 존중 속에 하나의 그림을 그려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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