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내면은 안녕하신가요?

[ 문화 ] 내면초상화 그리는 작가 초선영,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8월 23일(화) 16:06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든지 머뭇거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표현 보다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문화에서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 단어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작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즉석 '내면초상화'를 그리는 작가 초선영(28세, 본명 조선영)씨다.

   
▲ 조 씨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매주 토요일 홍대 프리마켓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chosunyoung.com)와 트위터 계정(@chosunyoung)을 통해 매주 업데이트 된다.

처음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내면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 지난 3년 여 동안 그녀는 1천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매주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고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그림을 받고 잠을 잘 잘 수 있게 됐다는 사람, 6살 어린 아이에서부터 여든 살 할아버지까지 다양했다.

지난 18일 신촌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조 씨는 "처음에는 간단하게 시작했다.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눌까 하다가 먼저 친구들한테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다"며 "예전에는 나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었는데 점점 마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다. 소통으로 시작했는데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에너지와 위안을 받는다. 다들 너무 바쁘게 지내다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내면초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내면이 제일 궁금했던 참이라 양해를 구하고 작가의 수첩부터 들춰보았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의 이름, 나이, 직업, 이메일주소, 자신을 표현한 단어 등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주부, 학생, 회사원에 외국 사람들도 꽤 많았다. 6살 소녀는 '공주', 9살 소년은 '과학자', 21살 대학생은 '미래가 있는 사람', 69세 노인은 '삶'으로 저마다 다른 빛깔로 스스로를 소개한 것이 흥미로웠다.

   
▲ 조 씨의 그림은 단순한 선과 색으로 완성된다(출처/초선영닷컴).
조 씨는 미술이나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다. 이화여대 신문방송영상학과를 졸업했고 부전공으로 시각디자인을 했을 뿐이다. 그림도 단순한 선과 색을 사용해 완성한다. 만난지 10∼15분 만에 즉석 내면초상화를 그려내는 게 쉽지는 않을 터. 무엇보다 작은 말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좀더 오랜 시간 머물렀던 분들에게 더 좋은 그림을 그려주게 되더라구요.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났는데 부정적인 단어를 얘기하시면 대화를 하면서 밝은 생각을 전해드리려고 노력해요. 자기를 '무지개'라고 표현한 6살 꼬마도 기억에 남아요. '무지개는 비개인 하늘에만 뜨잖아요'라고 대답해서 깜짝 놀랐거든요."

모태신앙인 조 씨는 "대학생 때는 찬양단 활동도 하고 열심히 믿었는데 요즘에는 교회를 잘 못가고 있어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하나님이 나에게 고유한 달란트를 주신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저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역할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있어서 세상이 더 나빠지는 게 아니라 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소망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