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농촌'의 꿈을 펼치다

[ Book ] 한국농촌운동의 선구자 유재기목사의 유고집 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8월 09일(화) 14:24
   
▲ 지난 1937년 5월 농촌 순회강연 활동 기념 사진. 앞줄 왼쪽 끝이 유재기목사다.

일생을 농촌복음화에 헌신했던 고 유재기목사(1905∼1949)의 유고집 '세대를 뛰어넘는 경계인(예영커뮤니케이션)'이 출간됐다.

경북 영주 출신의 유재기목사는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 농촌부 총무였던 배민수목사, 박학전간사 등과 함께 여러 농촌교회에 조직됐던 청년면려회를 중심으로 '농우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농촌부 소식지인 '농촌통신'을 창간하는 등 일선에서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던 한국농촌운동의 선구자다. 해방 이후에는 농촌운동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 농민복음학교 설립, 협동조합운동 전개, '흥국시보' 창간 등 그가 꿈꾸던 '예수촌' 건설에 힘썼다.

무엇보다 그는 소작농들의 삶의 개선에 많은 관심을 쏟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교회사학자 이상규교수(고신대)는 "유 목사님이 추진했던 이상적인 농촌은 '배고프지 않는 자립 농촌'이었다. 인간의 삶의 환경을 개선하고 가난을 극복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라며 "이런 활동이야말로 진실한 의미의 인권운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번에 출간된 유고집은 '유재기의 예수촌 사상과 농촌운동'이란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편저자 김병희목사(대구서변제일교회)가 엮은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유 목사의 시, 수필, 소설, 논설 등이 다수 수록돼있다. 일제하 저작인 '오! 나는 불행자'라는 시에서 그는 "오! 주여 나는 절름발이로소이다/ 정의와 인도를 향하는 도상에는 앉은뱅이외다/ 당신이 가신 십자가의 도상에는 앉은뱅이외다/ 형제가 죽어가는 곳에 살리려고 가는 길에 앉은뱅이로소이다/ 약자의 생존을 위하여 도와주려는 길에는 앉은뱅이로소이다"라고 한탄한다.

   
▲ 지난달 14일 출판기념회에서 추모사를 전하는 방지일목사.
1930년대는 농촌운동이 민족운동으로 인식되던 시기로, 유 목사는 교회 청년들을 선동해 조선의 독립을 음모했다는 죄목으로 징역살이를 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당시의 판결문과 기독교 농촌연구회 규약 및 회원명부가 부록으로 첨부돼있어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지난달 14일 부산 이사벨여고 강당에서 열린 62주기 추모예배 및 출판기념회에서 본교단 증경총회장 방지일목사는 "나도 유재기목사님을 좀 안다고 자부했는데 많은 유고를 보고 나서 이제야 그를 바로 알게 되었구나 싶다. 우리 젊은이들이 꼭 보아야 할 기록이다. 이 유고집이 우리나라의 보고(寶庫)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이 책의 출간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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