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보다 나은 교인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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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26일(화) 16:06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한 가지 사건이 떠올라 흐트러졌던 마음과 각오를 새롭게 하며 감사로 마음이 충만케 되곤 한다.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과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된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필자가 시무하고 있는 양성교회에서는 해마다 연초와 여름,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변화산 기도원에서 산상집회를 갖고 있는데, 몇 해 전 이맘때에도 전교인 여름 산상집회를 갖게 되어 전국 각지에서 은혜를 사모하는 성도들이 휴가를 내어 참석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우들을 가득 태운 15인승 교회 승합차가 도착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도착하지를 않아 초조히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도 경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앞 타이어가 펑크가 나면서 차가 두 바퀴나 구르고 고속도로 한복판에 거꾸로 전복된 것을, 때마침 뒤따라오던 교회 집사님 한 분이 목격하고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그 사고로 인하여 안전띠를 매지 않고 있던 교우들은 창문이 깨지면서 차 밖으로 튕겨져 나와 부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리며 고속도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쓰러져 있었고, 안전띠를 매고 있던 교우들은 차 안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감사한 것은 다행히 뒤따라오던 차들이 없어서 2차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부랴부랴 서둘러서 교우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는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들이었다. 환자들을 돌보고 있던 중 나는 사고를 목격하고 연락을 취했던 집사님으로부터 눈물겨운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그 집사님이 사고를 목격하고는 먼저 다친 교우들을 안전지대로 옮겨놓으려 고속도로에 쓰러져 있는 교우들에게 갔더니 피를 철철 흘리며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중에도 저마다 손사래를 치며 "나는 괜찮으니 다른 사람 먼저 구하라"며, "하나님, 그래도 살려주셨으니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더라는 것이다.

차안에 갇힌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교우들을 구하려고 가보았더니 이미 의식을 잃은 집사님도 있었고, 의식이 있는 청년들은 자신들도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도 모른 채 거꾸로 매달려 피를 흘리고 있으면서도 의식을 잃은 교우를 붙들고 "하나님, 우리 집사님 좀 살려주세요"라며 눈물이 범벅이 되어 기도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순간 나는 격한 감동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고,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고, 밭에 식물이 없고,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리라(합3:17-18)'던 하박국 선지자의 감사신앙을, 아니 그보다도 더 귀한 신앙을 바로 눈앞에서 목도하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로 나의 사랑하는 교우들에게서 말이다.

지금도 나는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열심히 충성하는 그 교우들을 바라보며, 더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한없이 부족한 목자 밑에서 이렇게 훌륭한 일꾼으로 자라나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혼자 되뇌이곤 한다. '내게 무슨 복이 있어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귀한 성도들을 내게 보내주셨을까…. 그래, 그대들이 나보다 낫다.'

장학규 / 목사 ㆍ 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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