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준비위 갈등, 교회협 실행위서 폭발

[ 선교 ] 감정적 대응 자제하고 연합과 협력 정신 필요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07월 21일(목) 22:41

WCC 총회 준비를 위한 20인 기획위원회가 오는 25일 오전 조직완료를 위한 최종회의를 갖겠다는 일정을 잡아두고 있는 가운데 21일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에서 WCC 회원교단들 간에 극명한 입장차가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과연 WCC 준비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조직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1명의 실행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순조롭게 개회했던 실행위원회에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평화열차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부터다. 교회협이 제안한 이 프로젝트는 WCC 총회를 기념해 모스크바를 출발한 기차가 러시아 대륙을 횡단해 북한의 신의주와 평양 서울을 지나 부산에 최종적으로 도착한다는 이벤트. 하지만 이를 두고 촉발된 의견 차와 미묘한 감정의 골은 기타토의 시간에 WCC 준비위원회가 2년이 넘도록 조직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일부 위원들의 요구에 답하는 과정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사실 이번 실행위원회 전부터 에큐메니칼권에서는 얼마 전 WCC 총회 준비를 위한 20인 기획위원회를 정조준한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는 기장 총회와, 감리교, 대한성공회 등 이른바 ‘3개 교단 총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왔었다.

여러 발언자들 중에서도 기장 총회 총무 배태진목사의 ‘발언’ 수위는 매우 높아 10여 분 간 이어진 발언 직후 일부 실행위원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사태를 키우는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했다. 이날 배태진목사는 “모든 문제는 통합 총회가 주도하려고 하니까 생긴 것이다. 한 개 교단이 모든 걸 장악하려는 것 때문에 에큐메니칼 정신이 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 목사는 통합총회가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최소한의 조직이 마쳐진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올려놓은 예장 통합 총회 소속 인사는 위원장 김삼환목사를 제외하곤 없다.

한편 준비위원회 김삼환위원장과 부위원장인 박종화, 이영훈목사가 연서명해 스위스 제네바에 발송한 공문에 담긴 “박성원목사를 책임 국가 책임자(Chief National Cordinator)로 한다”는 내용에 대한 논란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문제야말로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언급할 게 아니라 20인 기획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는데 더욱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열린 20인 기획위원회 간담회에선 이 부분을 포함해서 준비위원회 정관의 얼개를 만드는 일들을 교회협 김영주총무에게 위임한 바 있어 사실상 “여전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안건”일 뿐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게 없는 형편이다. 다시 말해 충분히 논의해 회원교단들의 의견들을 담아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오늘 파문으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됐다. 우선 25일 20인 준비기획위원회에 과연 기장과 감리교 총회에서 참석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대한성공회는 한국 준비위원회가 정상화되는 시점까지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불참이 기정사실화됐다.

만약 WCC 회원교단이기도 한 기장과 감리교가 대표를 보내지 않을 경우 25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준비위원회 조직을 두고 또 다른 잡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날 결의를 또 다시 유보하자는 의견도 내고 있지만 8월 3일에 WCC가 총회 준비를 위한 실무자들을 우리나라에 파견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행위원회에서 불거진 논란이 오히려 본 교단 에큐메니칼 관계자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배태진목사의 발언 직후 마이크를 잡은 본교단 부총회장 박위근목사는 “(배 목사의 발언을)묵과할수 없다. 어떻게 공개된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하느냐?”며 강하게 질책했다. 실행위원회 후 본교단 지도부에서는 정식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단 관계자는 “교단에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오늘 일을 현장에서 경험한 교단 지도부가 마음을 하나로 모으게 됐다. 향후 WCC 준비위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접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회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WCC 총회 개최지가 변경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절대 취소는 없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복수의 에큐메니칼 관계자들은 “개최지 취소에 대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미 WCC는 1975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5차 총회 때 WCC는 총회를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개최국을 변경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장창일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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