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하나님 뜻 찾는 공동의 노력"

[ 선교 ] 필리핀 선교 30주년 대회-(2)함께 걷겠습니다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7월 20일(수) 11:33

   
▲ 대회 첫날 한자리에 모인 총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 지도자들.

지난 6~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본교단 필리핀 선교 30주년 기념대회의 표어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필리핀 교회와 한국교회의 동행(Phil-Kor Journeying Together in Carrying out God's Mission)'이었다.
 
교단 혹은 선교단체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선교', '현지교회와 함께하는 선교'라는 말, 참 많이 나온다. 그러나 '현지교회와 함께하는 하나님의 선교'는 말처럼 쉽거나 순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필리핀처럼 선교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구체화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필리핀 현지선교회가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안타깝지만 지난 2006년 발생한 '소속 선교사의 성추행 사건이 가져온 충격'이었다.
 
당시 이 사건이 현지와 한국 사회에 이슈화되면서 선교회는 네 차례에 걸쳐 총회 세계선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우리는 선교적 영성으로 사역하기보다 자기 영광과 성취라는 세속적 가치에 물들어가고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겸손과 청빈의 삶을 살면서 필리핀 현지인들과 교회 지도자의 진정한 친구와 선교적 동반자가 되기보다 문화적, 경제적 우월감 속에 그들의 지도자라고 착각하고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선교지의 필요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연구해 그들의 필요에 응답하기보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한국교회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선교를 강요했음을 고백합니다"(반성문-2006년 5월)
 
반성과 참회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화살은 한동안 필리핀 선교지를 강타했다. 그러는 동안 과거 '내 사역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의 반성은 다음해인 2007년 11월 열린 제1차 전략회의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현지와 다른 문화적 배경과 미약한 신학적 토대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선교적 열매를 기대했다. 다양한 사역 속에 전문성을 개발하지 못했으며 이는 우리의 응집력 부족과도 관련이 있다. 경쟁의식과 개인주의 성향으로 동료 선교사들과 온전한 공동체를 이루지 못했다."(선언문-2007년 11월)
 
그리고 2009년 열린 제2차 전략회의는 이러한 반성을 제도로 구체화하는 시발점이 된다.
 
2차 전략회의에서 제시된 '나쁜 선교'의 예를 보면 첫째가 '현지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교회를 개척하고 자신이 양육하지 않은 현지 지도자를 고용해 관리하는 일'이다. 이는 현지 지도자를 실족시키고 후원교회를 기만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둘째는 '후원교회가 총회 및 현지선교회의 장기적 선교 계획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교회를 개척하거나 센터를 세우는 일'이다. '일부 교회들이 선교적 목적보다 교회나 목회자의 미래를 위해 선교에 임하고 있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 사역의 전문성을 개발하지 않고 지역을 초월해 문어발식 또는 백화점식 선교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선교사는 현장을 떠나 후원자를 찾고 마케팅하는 비지니스맨으로 전락한다'고 현지선교회는 강조했다.
 
필리핀 현지선교회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역 분야를 선교사의 전문성에 따라 △교회개척분과 △선교협력분과 △한인목회분과 △교육선교분과 △신학교육분과 △전문인분과로 나눴으며, 지역별 6개 권역을 신설해 협력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한 선교지 재산에 대해서도 지난해 5월 총회에서 참석자 전원이 재산권 포기 각서를 작성한 데 이어 현지법에 따라 현지 교단 관계자와 함께 법인을 구성하는 '재산권의 공개념화'를 추진해 왔다.
 
이와함께 오는 31일이면 필리핀 선교사들은 지난 제2차 전략회의의 결의에 따라 전문성을 갖는 하나의 사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려놓아야 한다. 이후 현지 사역지조정위원회가 선교사 재배치, 사역의 현지인 이양 등을 논의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필요시 현지 사역자들의 총회 파송 선교사 영입 또는 추가 선교사 모집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의 선교'는 '하나님의 뜻을 찾는 선교'라고 생각된다. 하나인 그분의 뜻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는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후원교회-총회-선교사-현지교회'가 함께 노력할 때에만 가능하다.
 
이번 30주년 대회에서 필리핀 현지선교회는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하나님의 선교'를 향한 첫발을 내딛었다. 이제 한국교회도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만 낮추고 선교사와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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