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현장과 밀접한 '신학교육'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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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14일(목) 11:03

 
내년은 우리 교단 창립 1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총회는 '여명 1백년, 희망의 1백년'이라는 표어를 가지고 각종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교단이 한 세기 동안 이 나라에  여명을 가져왔으며, 다시 한 세기의 첫 발을 내딛으면서 다시 세상의 희망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사회적 분위기는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짐이 되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교회가 세상의 등불이요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시대적 요청 앞에서 우리는 교회와 세상을 섬길 영적 지도자를 선발하고 가르치는 신학교와 신학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때에 최근 열린 총회 신학교육부 주최 전국신학대학교 교수세미나를 주목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신학교가 가지고 있는 현안들과 문제점들이 거론되었다. 그 내용들은 주로 신학생 수급문제와 신학교육의 질적 향상, 교단과 신학교의 정체성 문제 등이었다. 목회 현장 한가운데 있는 목회자로서 총장들과 교수들 사이에서 오간 이런 당면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다.  신학교의 신학교육은 목회 현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곧 이 땅에서의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중요한 출발선이 되는 것이다. 총회 새로운 1백년을 바라보며 신학교와 신학교육의 방향전환을 위해서 3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신학교와 교회와의 관계이다. 리처드 마우 풀러신학교 총장이 장신대 개교기념일에 행한 강연 중에 교회와 신학교의 관계성을 비유하기를, 교회를 세상을 치유하는 병원이라고 하고 신학교는 새로운 병원균(사회, 조류, 사상, 문화 종교 등)들을 연구하고 실험하여 그 결과를 병원에 공급해주는 병원의 병리학 실험실과 같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학교와 목회 현장인 교회는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의 존재 기반이 되기도 한다. 야전 병원과도 같은 교회는 현장에서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목회자를 기다린다. 교회가 처해 있는 이 시대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다양화 시대이다. 목회자가 목양 혹은 목회사역 전문가로 양성되어야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직 목회자는 목회 테크닉 위주의 접근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삶의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섬기는 고도의 훈련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학교는 교회 현장 중심, 교회 친화적 교과과정으로 수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신학교는  현장 목회와 동떨어진 학문과정이 아니라 실용적 전문과정이어야 한다. 신학교 교수와 교회의 일선 목회자 사이에 정보교류와 의사소통이 심도 있게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교류 시스템을 통해서 교과과정 뿐만 아니라 교육 정책이 만들어져야만, 교회 현장이 요구하는 겉돌지 않고 적응력 강한 목회자로 길러 낼 수 있게 된다.
 
둘째는 신학교와 신학교와의 관계이다. 우리교단 산하에는 7개의 신학교가 있으며, 각각의 신학교 목회자 양성과정에서 한해 9백명에 가까운 전도사들이 배출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하나는 과잉 공급과 그에 따른 과잉 경쟁이고, 다른 하나는 심화되는 지역 간의 갈등 노출이다. 몇 년 전 '하나의 신학교'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었다. 이미 목회자 과잉 배출로 말미암아 사역의 현장에서,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 벌써부터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어 왔다. 그것은 목회 신뢰성의 저하 문제와 목회자 청빙이 마치 회사 취직과 같은 흡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신학교가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시행해왔던 신학생 선발과 교육훈련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길을 시급하게 모색해야 한다. 졸업장 공동수여나 통합사경회도 좋은 제도이나 지역간 갈등을 해소하는 근본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는 신학교와 총회와의 관계이다. 각 신학교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재정확충이다. 과잉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서 학생 입학정원을 감축하면 그에 따른 재원의 손실이 오기 때문에, 신학교로서는 쉽게 손댈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신학교를 모판으로 삼고 있는 지역교회의 장학재정 참여를 위해 총회차원에서 추진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한편 총회는 교회와 기관이 요구하는 목회자의 수급 적정성 연구를 통해서 신뢰성있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우리교단의 목회자 총정원관리제 등을 도입하여 입학정원을 총량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문제는 생각이나 논의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음을 내딛는 결단과 발을 내딛는 실행에 있다. 교단 창립 1백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사회가 교회를 바라보는 눈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교회 내부로부터 변혁을 위한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조재호
목사ㆍ고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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