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성경, 그 '특별한' 세계로의 초대

[ 특집 ] 7월 특집 계절 성경학교 대안 없나 - 계절 성경학교 대안 없나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7월 14일(목) 10:46

'성경학교' 시즌이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각 교회학교마다 벌써 분주하다. 강습회가 열리고, 찬양과 율동, 레크리에이션 등을 배우려는 교사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올해 성경학교에는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할까 고민하는 교육전도사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필자에게 있어서도 '성경학교'는 어릴 때부터 설레임의 대상이었다. 성경학교에는 늘 '특별한'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특별한 프로그램, 특별한 놀이, 특별한 간식(?). 물론 매 주일 교회학교 때와는 다른 프로그램, 놀이, 간식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그리 특별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성경학교가 '특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1. 성경학교의 분위기 자체가 특별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성경학교를 이루고 있는 내용과 프로그램의 특별함 보다 특정한 시간에 집중적으로 개최되는 성경학교 그 자체가 특별함의 아우라를 발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경학교는 어느 교회학교에서건 가장 많은 재정과 가장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준비하는 교회학교 교육활동 중 최고의 작품이다. 예배, 분반공부, 짧막한 놀이나 활동의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었던 주일 교회학교의 교육을, 뭔가 색다른 분위기로 전환시켜 수행하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주일날에 대부분의 어린이 교회학교의 경우, 어른들의 공식 예배 및 행사로 인해서 교회의 주된 관심으로부터 밀려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은 교회의 경우, 어른 예배 시간을 피해 눈치를 보며 교육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형편이고, 중대형 규모의 교회의 경우 대부분 주일 교회학교 예배와 교육이 어른 예배와 같은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여러 가지 활동을 소화하려고 하다 보니, 신앙교육다운 신앙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이고, 심하게 표현하면 어른들이 예배드리는 동안 어린이를 맡아 돌보는 탁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할 때, '성경학교'는 그 자체만으로 진정 '특별한' 활동이 아닐 수 없다. 교회와 성도들이 어린이들만을 위해 교회의 모든 공간을 할애하고, 며칠 동안 부모와 교사들이 자신들의 시간을 전적으로 어린이들만을 위해 헌신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교회학교 어린이를 주목하고 그들에게 절대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기간인 것이다. 이처럼 특별함이 어디있을까?

2. 성경학교는 특별한 세계로 초대

본 교단 여름성경학교는 몇 년 전부터 성경학교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을 일컬어 'J(Jesus) 원정대'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새 어린이들에게 낯선 책이 되어버린 성경의 세계 속으로 마치 모험을 떠나듯 원정대의 일원이 되어서 성경의 세상을 여행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필자가 유학 중 인상깊게 경험했던 것이 있다. 모든 교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서 깊은 유럽의 교회들을 찾아가보면, 교회 입구에 성경인물을 조각해 놓은 것을 보게 된다.

거기에는 구약에서 시작해서 신약에 이르는 걸출한 신앙의 인물들이 특별한 상징적인 모습을 하고서 조각되어 있다. 교회 입구를 들어가노라면, 마치 성경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교회는 성도들을 성경의 세계속으로 인도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으리라 여겨진다.

필자는 성경학교가 이처럼 성경의 세계 속으로 어린이들을 초대하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성경학교는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성경의 세계 속으로 어린이들을 초대하고 경험하게 하는 시간이다. 신비로운 경험의 시간이다. 물론 거기에는 놀이도 있고, 음악도 있고, 이벤트도 있지만, 주된 것은 성경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필자가 참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중에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있다. 이미 죽어 생명을 잃어버린 과거의 유물들이 밤마다 살아 움직이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재미있게 묘사한 영화다. 필자는 어린 시절 성경학교를 통해서 성경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성경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경험하며 즐거워했다.

글자로 쓰여진 성경책이 글로 머물지 않고 선생님의 이야기와 대화, 극과 노래 등을 통해 오늘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경험을 한 것이다. 성경학교는 그런 점에서 아주 특별한 세계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한다.

3. 성경학교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제공

우리 한국교회의 기이한 신앙현상이라고 하면, 한 가정의 신앙인 가족들이 여러 교회에서 따로따로 신앙생활을 한다거나, 또는 한 교회를 출석하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별도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주일 예배시간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물론 각 연령에 맞게끔 예배의 분위기와 말씀, 가르침을 차별화하는 교육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연령별로 나뉘어져 진행되어온 예배와 신앙교육의 상황은 신앙의 세대 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어린이들은 중고등부 학생부의 분위기를, 청소년ㆍ청년들은 성인 예배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어느새 각 교회마다 자연스런 예배와 신앙교육의 전통으로 자리잡아서, 그 틀을 변화시키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성경학교는 이러한 세대간 단절된 교회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성경학교 기간 중 부모를 초청함으로써 자녀와 부모가 함께 신앙 활동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특별히 비신앙 가정의 어린이의 경우, 부모가 자연스레 교회를 출석하여 교회를 경험하고, 신앙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다.

필자가 유학시절 경험했던 아주 가슴 뭉클한 경험이 있다. 성경학교 마지막 시간에 어린이들의 부모를 초청하여 성경학교 닫는 예배를 함께 드리며 애찬식을 거행한 적이 있다. 예배 중에 자녀는 부모님께, 부모는 자녀에게 예수님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빵과 과즙을 함께 나눠주고 서로 앉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었다.

사실 그렇게 기대감을 갖고서 준비했던 시간이 아니었는데, 예상 밖으로 어린이나 부모님들이 모두 진지하게 참여했다. 필자는 자녀와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서로를 껴안고 눈물흘리며 기도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성경학교는 세대를 넘어 가족간에 특별한 신앙의 경험과 감동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일각에서는 요즘의 성경학교가 본질을 잃어버리고 너무 노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우려의 소리를 높이곤 한다. 어떤 중요한 내용을 가르쳐서가 아니라, 모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어린이들(만)을 위해서 모든 정성과 관심을 기울이는 그 자체에 '특별함'의 의미를 두는 것은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어떤 결과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성경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헌신하는 '특별한' 노력에, 가족들이 함께 신앙을 경험할 수 있는 그 '특별한' 시간과 공간에 주목하는 것은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고원석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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