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 12. 예영 커뮤니케이션

[ Book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7월 12일(화) 11:42
'예수님의 그림자' 되고자 달려온 20년

   
▲ 예영커뮤니케이션.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예영커뮤니케이션의 김승태대표(거룩한빛광성교회 장로)를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입구에서 들어서자 출판사의 20년 역사를 대변해주는 듯 싱그런 풀향기만큼이나 짙은 책내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지난 1991년 4월, '예수님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문을 연 예영은 지금까지 7백여 종의 도서를 출간하며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한국교회를 섬기는 문서선교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예영은 타 출판사에 비해 유독 시리즈도서가 많다. 주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그때마다 다양하게 선정된다. 초기 대중문화 비평 차원에서 시작된 '반뉴에이지신서'를 비롯해 현대문화신서, 도모생애교육신서, 이슬람연구신서, 세계선교신서, 기독교학교교육연구신서, 목회사회학연구신서, 한국신학총서, 기독경영연구원총서 등 종류도 다양하다.

김승태대표는 "사실 요즘은 브랜드시대, 한가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성공이 빠른 시대다. 그런데 예영은 멀티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전 영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때문"이라며 "세상과 교회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언로를 열어주는 것이 예영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예영의 경영방침은 독특하다. 큰 수익이 없더라도 투자하는 차원에서 출판을 하거나, 출판을 거절당하고 찾아온 이들에게 출판기회를 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출판이 비즈니스라기 보다 사역에 가까운 일"이 됐다. '페르시아 문법'처럼 단 5백부라도 선교사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펴냈다.

다른 출판사에서 거절한 책을 내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조실부모한 때문인지 벼랑에 서있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본능적인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했다. "남들은 이런거 왜 내냐고 하지만, 돈은 안되지만…"이라고 말을 이어가던 그가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20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네요."

   
▲ 김승태대표는 "출판인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며 지난 4월 사망한 딸 선영 양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20년이 되던 지난 4월의 마지막 날, 김승태대표는 장녀 선영 양(한신대 독어독문학과, 24세)을 잃었다. 지난 3월 재생불량성빈혈로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딸의 갑작스런 사망을, 그는 '어마어마한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한달은 멍했어요. 의욕도 안나고. 선영이가 고등학교때 연극반을 하면서 하루는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길래 그만두게 했었는데 좀 기다려줄걸 지금은 많이 후회돼요. 그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인생이 있었던건데…."

요즘 그는 딸 선영 양의 미니 홈페이지 글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추스려가고 있다. 아버지는 딸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제목은 선영 양의 이메일 아이디를 딴 '침묵의 노래'가 될 예정. "누가 귀를 기울여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출판사 하는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며 끝내 눈물을 보인 김 대표는 '김선영펀드'를 조성해 인세 수익을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선영이가 떠난 후, 가장 먼저 출간된 예영의 신간도서는 '주여, 제가 먼저 회개합니다(정성진지음)'이다. '회개운동'은 향후 예영의 주요한 출판방향이 될 전망이다. 한국교회가 아시아권에서 실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시안신학총서(가제)'를 발간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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