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패가 만드는 가난의 늪

[ 연재 ] <세계의 절반은 왜 배고플까> 정치부패와 가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7월 06일(수) 16:58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국가 중 한 곳인 아프리카의 '차드(Chad)'. 중앙 아프리카에 위치한 차드는 수단, 소말리아와 함께 세계 최빈국으로 꼽힌다. 1885년부터 1960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차드공화국은 국토 대부분이 사막지대이고, 지하자원은 열악하며, 1966년부터 북부 이슬람계와 남부 그리스도교계 중앙정부의 내전이 30년간 이어질 정도로 정국이 불안하다. 이와 함께 차드는 물론 정치세력의 부정부패로도 유명한 나라다.
 
지난해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차드는 조사대상인 1백78개국 중 1백71위를 할 정도로 부패가 만연한 나라다. 지난 2005년을 비롯해 몇 차례 조사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지난 2004년 차드 정부는 재무부가 지역 보건소에 지원한 예산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만큼 해당 보건소에 도달하는지에 관한 추적 조사를 벌였다. 중앙 정부에서 지출한 예산이 실제로 지역의 보건소에 어느 정도 도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된 이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재무부가 지출한 예산은 지역 보건소에 단 1%도 전달되지 않은 것. 99%의 예산이 집행 과정에서 소멸된 것이었다. 이 돈들은 대부분 관료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물론 직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착복한 금액도 커진다.

#마르코스와 무바라크

빈국(貧國)의 국가 지도자 중에는 나라의 상황과는 반대로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부자인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필리핀의 대통령 부부였던 '마르코스와 이멜다'이다. 1965년 대통령이 된 마르코스는 69년 재선에 성공하자 72년에 계엄을 선포하면서 장기독재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 뒤 8년여의 계엄연장과 다섯 번에 걸친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체제를 굳혀갔다. 마르코스는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측근들을 요직에 임명하고, 공공사업 등을 진행할 때에는 전체 사업규모의 15%를 커미션으로 요구, '미스터 15%'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부패의 아이콘이 됐다. 집권 당시 마르코스 일가가 해외로 빼돌린 부정축재 금액은 1986년의 필리핀 외채규모와 맞먹는 1백억 달러에 이르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부유했던 필리핀의 경제는 꾸준히 후퇴해 2007년 미국에서 밝힌 '구매력 평가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필리핀은 4천9백23달러로 조사대상 1백79개국 가운데 1백2위에 머물렀다.
 
최근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여파로 물러난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도 비슷한 예다. 그는 무려 40년동안 이집트에서 철권통치를 하면서 본인은 물론이고 그 부인과 두 아들까지 부정축재에 열을 올렸다. 그와 그의 가족은 군대나 정부기관, 기업 등에 외국이나 기업들이 투자를 할 때 자국 내 자신의 세력들에게 20% 지분을 주도록 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7백억 달러(약 78조원)에 달하는 냄새나는 부(富)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축재한 재산은 상당 부분을 해외로 빼돌려졌다. 결국 그는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성난 군중들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 지지자들'과 '반(反)무바라크 시위대'가 충돌해 약 1천5백명이 부상당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었다.

#권력 부패와 가난의 상관관계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1995년부터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이 통계자료에서도 부패에 대한 인식과 국가의 사회발전 정도는 거의 정비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지난 2010년 통계를 살펴보면 조사대상국 1백78개국 중 9.3점(10점 만점)을 기록한 뉴질랜드, 덴마크, 싱가포르가 공동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스웨덴과 핀란드가 9.2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소말리아는 1.1점으로 최하위였고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가 1.4점으로 그 뒤를 잇는 부패국가로 선정됐다. 우리나라는 5.4점으로 39위를 차지했다.
 
부패지수 1위를 차지한 소말리아는 우리에게도 극단적 기아를 겪고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말리아에서는 해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기아로 죽어간다. 이렇게 국민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소말리아에서는 서로 적대적인 군벌들이 대립해 권력과 부, 가축을 독점하기 위한 싸움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소말리아는 국제 원조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지만 거듭되는 전투로 원조 물품이 도착할 부두는 파괴되어 있다. 국제구호단체의 화물선은 항구 인근에 닻을 내려 소형증기선으로 물품을 옮겨실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적들은 수시로 출몰해 물품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죽여 국제원조단체들은 이곳에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상황. 설사 죽음을 무릅쓰고 항구에 들어가더라도 군벌들은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부패의 늪인 셈이다.
 
반면, 청렴국가 1위를 차지한 덴마크와 뉴질랜드를 살펴보자. 덴마크는 2009년 경제잡지 포브스에서 선정한 행복한 나라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하철 역에는 개찰구나 검표원이 없고 승차권을 사는 일도 오로지 시민들의 양심에 맡겨져 있다. 국회의사당에도 주차장이 없어 국회의원들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기가 힘들 정도로 약속을 중요시 한다.
 
뉴질랜드 또한 부정부패에 대한 엄청난 반감을 가진 나라다. 다음의 사건들은 뉴질랜드인들이 얼마나 청렴한 지를 알 수 있다.
 
얼마 전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에게 비자발급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타이토 필립 필드 전 의원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전직의원이 뇌물 수수로 유죄를 받은 것은 뉴질랜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무려 6년이라는 중형에 처해졌다. 또한, 지난 2004년에는 지방 시찰 중이던 헬렌 클라크 총리가 바쁜 일정에 쫓겨 과속을 했고, 이를 목격한 주민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해 총리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정도로 법 적용에 예외가 없다.
 
뉴질랜드에서는 중대 부정사건 수사국(SFO)를 두어 부정한 정치 자금이나 부패사건, 규모가 큰 사기사건 등을 전담하게 해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권력 부패의 정도와 국민소득 및 낮은 사회발전 요인은 서로 같게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은 여전히 부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관료들이 뒷돈을 챙길 때마다 기아, 혹은 치료비가 없어 죽어가는 국민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를 정화시키기 위한 노력, '유엔 반부패협약'

유엔의 반부패협약은 비준국에 대해 부패문제 해결을 위한 예방과 처벌의 양측면에서의 강제규정을 갖는 국제법으로서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패문제까지를 포괄하며 시민사회의 참여조항까지 갖춘 포괄적인 반부패 국제법이다. 지난 2003년 주창되어 2005년 12월14일 국제법으로 발효된 협약은 각국의 반부패 법과 제도, 사회문화를 협약의 기준에 맞추어 나가는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3년 정부대표가 협약에 서명했으며 4년여 동안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가 지난 2007년 비준동의안이 가결됨으로 세계 최초의 강력한 반부패 국제법 '유엔반부패협약(United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 UNCAC)'이 국내에서도 효력을 갖게 됐다.
 
협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예방적 조치와 처벌적 조치를 모두 포함해 종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으며, 정부의 책임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시민과 시민사회조직의 참여를 의무화시키고 있다. 또한, 의식화의 필요성, 정부의 반부패 노력에 대한 정보 제공, 공익제보자의 보호 필요성 등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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